맨발로 걷는 저지오름 숲길..
벌초휴가를 맞아,
아름다운 생명의 숲으로 널리 알려진 저지오름 숲길을 찾았다.
평소에 저지오름 숲길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제주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오름이 많이 있으며
그런 오름에 있는 숲길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나 이 숲길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신발을 벗었다.
이 아름다운 숲길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기운을 맨발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지오름은 제주도의 서쪽 중산간 마을,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자그마한 오름이다.
해발고도가 239m(높이 100m) 정상에는 자그마한 분화구가 있으며,
오름이 둘래는 2,542m, 면적은 114,700평, 분화구 둘래 800m 깊이 62m로
오름 전체가 송이라고 부르는 분석으로 이루어진 화산체 오름이다.
저지오름 숲길은 너무 유명하여
여러 블로거들에 의하여 많이 소개되어 있고 찾아가는 길도 어렵지 않으며,
주변에 '생각하는 정원' '유리의 성' 등 유명관광지도 산재되어 있다.
저지마을회관에 파킹을하고
뒷편에 보이는 오름으로 걸어 들어가면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오름 허리를 한바퀴 돌고 정상에 올라갔다 온다고 하여도 1.9km정도,
천천히 걸어도 50분 정도면 충분하기에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걷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저지오름 숲길은
2007년도 산림청과 (사)생명의 숲에서 주관하고 유한킴벌리에서 후원하는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 ' 생명상'을 수상한 숲길이다.
돌계단이 있는 입구에는 생명상 수상 안내판이 있으나
여기까지는 그냥 소나무와 잡나무들이 우거진 평범한 오름처럼 보인다.
계단이 끝나는 곳 오름의 허리에는 양쪽으로 길 안내판이 있다.
어느쪽으로 가든 정상으로 갈 수 있으며 오름을 한바퀴 돌 수 있다.
숲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정상으로 올라 가서 다시 돌아오면 약 2.3km
보통 걸음으로 약 50분쯤 걸리는 걷기에는 아주 좋은 길이다.
숲길은 너무 포근하였다.
아무런 가공도 없이 땅이 다져저서 만들어 진 길
그 위에는 솔잎을 비롯한 이름 모를 잎새들이 덮혀 있었다.
소나무와 잡나무 그리고 고사리와 이름모를 풀잎들이 있는 오솔길..
이러한 모양의 오솔길이 높 낮이도 없이 다정하게 늘어져 있다.
이렇게 포근한 흙으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언제 만나 보았는가?
요즘 오름길은 대부분 돌로 만든 계단과 목재 테크 그리고 타이어 매트를 깔아 놓았다.
최근에는 야자수열매인 코코넛껍질에서 추출해서 만든 멍석을 깔아 놓기도 하는데
모두가 인간이 걷기에 편하고 빗물에 흙들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여기 저지오름 숲길은 자연 그대로 흙이 다져진 길이다.
솔잎과 나뭇잎들이 떨어져서 버석거리고 가끔은 작은 돌멩이들이 어울려 있다.
처음에는 숲길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만하며 무심코 그냥 걸었다.
그러다가 땅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어릴적 검질매러 다닐 때 마셔 보았던 풀잎 향기와
소나무 가지에서 풍기는 솔향,
그리고 서늘하게 올라오는
대지의 경건한 울림...
나는 그냥 맨발이 되었다.
맨발로 아름다운 숲길의 고운 흙을 만져본다.
그리고 낙옆들이 포근함과 작은 돌멩이들이 딱딱함도 느껴본다.
발바닥으로 휘감아 오르는 대지의 서늘한 기운을 받아 운기를 해본다.
곡정혈과 단전과 중단전을 거쳐 상단전에 이르는 혈맥을 찾아본다.
걸어가면서 내공을 쌓아가는 운기조식으로 피로를 풀어 본다.
태초에 창조주께서
우리 인간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라고 말씀하신 이 자연,
오늘 나는 이 저지오름 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 보았다.
오름의 북쪽 경사면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죽은 자들이 도시, 마을 공동묘지가 있다.
그 묘지에 있는 먼저 가신 영혼들도 우리 살아있는 인간들을 위하여
이 저지오름에 영령한 대지의 기운을 베풀어 주는것 같다.
숲길을 맨발로 걷는 기분이 너무 좋아 정상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름다운 숲길 다감한 오솔길을 한 번 더 걸었다.
저지리 마을회관 너머로 보이는 오름을 내려왔다.
떨어지는 빗방울과 고소한 커피의 향이 어우러지는 시골카페,
Masica(마시카, 제주말로....술을 함께 마실까?)
이곳에서 뜻 밖에 제주 특산 와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카페옆에 자그마한 자체 와인공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 와인공장에서는 감귤와인, 복분자 와인, 키위와인 3종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와인 가격은 병당 3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고 하는데 방문시 할인해 주고 있었다.
와인제조 체험 프로그램도 있는데 학습비는 2만원 상당이며
체험프로가 끝나면 와인을 한병씩 준다고 하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페라떼와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시켜 놓고 와인을 시음해 보았다.
3종류의 와인 중에서 개인적으로 키위가 젤 마음에 들었기에
오늘은 키위 와인 3병을 구입하였다.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상쾌하였다
추석연휴 때 다시 한번 맨발로 이 숲길을 걸어보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