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도 반시와 제주 땡감

나그네 길 2018. 12. 7. 11:05

반시의 고장 청도에서 곱게 익은 감나무에 반했다.


높은 가을하늘에 터질듯한 주황빛으로 고고히 잘 익은 감!

  이런 풍경은 제주의 가을에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청도반시는 우리나라 떫은 감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곶감용의 길쭉한 모양의 둥시와 달리 그 생긴 모양이 납작하다고 하여 반시(盤枾)라고 하는데,


제주에는 반시감이란 말이 없다.

'떫은 감'을 제주어로 '쪼락진 감'이라 부르며 보통은 '땡감'이라고 했다.



제주의 아이들은 땡감을 먹기 보다는 먼저 갈옷을 만드는 재료로 기억한다.


초가집 돌담 옆에 한 그루정도 심어있는 나무에서 감을 따다가

'덩드렁 마께'라고 부르는 커다란 '나무 망치'로 으깨어 감물을 만들었다.  



갈옷에 물들이고도 높은 가지에 땡감은 약간 남아있는데,

가을에 익어도 떫은 맛은 여전하다.


감을 헝겁에 싸서 보리 항아리에 보관하여 자연 숙성을 하던지

아니면 펄펄 끓는 물에 살짝 익혀 쪼락진 맛을 없애 먹기도 했다.

 


제주의 감은 국민학교 가를운동회날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데,

예전 국민학교 운동회는 말 그대로 마을 축제였던것 같다.

학생의 부모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학교로 나왔다.

장난감, 뽑기, 풀빵, 과일장수 들이 몰려와 한바탕 먹거리 축제를 벌이며

이때 제주의 아이들은 잘 익은 홍시감을 맛 볼 수 있었다.



청도반시는 육질이 연하고 당도가 높은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으며

히 전국에서 유일한 씨 없는 감으로서 먹기에 편하다고 하는데,


제주의 땡감은 씨가 너무 많아 인기가 없었던것 같다.



제주에는 단감나무도 없었다.


제주에 담감이 재배 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쯤이지만

아직도 제주의 단감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을 보면 기후의 영향이 아닐까?



청도에도 갈옷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노동복 갈옷은 제주인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일상복으로 애용되어 왔는데,


이 것은 제주의 쪼락진 땡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청도에도 폐탄광을 이용한 관광용 와인동굴이 있었다.


그러나 청도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소싸움도, 와인동굴도 아닌 자연 그대로 정감있는 과일 반시감이었다.



반시의 고장 청도에서

우리들이 어릴적 갈옷을 만들던 제주의 땡감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