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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월라봉과 소나무

by 나그네 길 2020. 4. 21.

서귀포 감귤박물관을 아우르고 있는 월라봉은 자그마한 오름이다.

 

신효마을에 바위절벽으로 연결된 월라봉은

걸어서 20여분 정도면 둘러 볼 수 있는 특별한 절경도 없는 산책코스이다. 

 

 

 

그러나 내 고향 위미에서 바라보는 월라봉은 대단한 오름이었다.

 

신효 월라봉에서 동쪽으로 5km 떨어진 위미리 마을에서는

아침에 동쪽 바다에서 태양이 뜨고 저녁에 서쪽 월라봉에서 해가 졌다.

 

 

 

내 어릴적에 바라 보았던 월라봉은

한라산에서 산등성이로 이어져 내려오며 높은 절벽으로 이루어진 오름이었고,

 

그 오름 너머에 해가 떨어져 잠을 잔다는 호수의 존재가 너무 궁금해 했었다.

 

 

 

 

이러한 월라봉의 환상을 확실하게 없애준 것은 중학교때였다.

 

당시 우리 마을 위미에는 중학교가 없었기에 월라봉이 있는 효돈중학교에 입학했는데,

같은 반 친구들과 찾아보았던 월라봉은 작은 소나무들이 심어진 오름이었을 뿐이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68년에는 송충이 박멸을 위한 학생동원은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린 소나무가 가득 심어진 월리봉을 찾았으며

헝겁을 길죽한 대나무 끝에 감고 통조림 깡통에 담아 놓은 석유를 듬뿍 적셔

솔잎 위 징그러운 송충이에 석유를 바르면 떨어지면서 죽었다.

 

참으로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이러한 노력으로 제주의 오름에는 소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사실 50년전 제주의 오름 대부분은 민둥오름이었다.

 

그래서 식목일에는 주민과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나무를 심었는데

그 당시 심고 송충이 구제작업으로 자라난 소나무들이 이제 숲을 형성하였으며

오름들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한 힐링코스가 되었다.

 

 

 

제주에서 월라봉이라고 부르는 오름은 2개가 있다.

 

여기 신효동 감귤박물관의 월라봉과 다른 하나는 안덕면 감산리에도 월리봉이 있는데,

올레 9코스에 있는 감산리 월라봉도 소나무가 울창한 아름다운 오름이다.

 

 

 

산림녹화 운동으로 오름에 소나무와 삼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한지 50년이 넘어간다.

 

그러나 이제 삼나무는 대부분 천덕 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없어져 가는 추세이며

벌채를 금지하고 있는 소나무도 재선충으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로 한라산의 2,200여종 식물들이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고 한다. 

 

50년 전 중학생들이 송충이를 구제하면서 울창해졌던 월라봉 소나무들이

앞으로 50년 후까지 기후변화와 병해충에 적응하면서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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