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연세는 1914년 갑인생으로 올 해 설이 지나면 100살이 된다.
100년을 살아 오시는 동안 어머니는 19세의 어린나이에 대가족 집안의 아버지와 혼인하여 시집살이를 하면서
3.1운동과 일제에서의 해방과 6.25전쟁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몸소 체험하였다.
그리고 찟어지게 가난했던 제주도 농어촌 마을에서 10남매를 낳으시고 키우시면서 힘들게 살아왔으며,
십 몇 년전에 지병으로 남편인 아버님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시고 난 후부터 혼자서 지내오셨다.
이제 어머니는 고향땅 남원읍 위미리에서 손자네 집 마당 한켠에 작은 집을 짓고 당신 혼자서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다.
나는 다섯번째 아들이면서 고향을 떠나 살기때문에 가끔씩 어머니를 찾아 보고 있어 효자라고는 할 수 없으나,
대부분 고향에서 일가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나의 형제와 자매들은 어머니를 잘 모시고 있는 효자 효녀들이라 걱정이 없다.
어쩌면 지금이 어머니의 삶에 있어서 아무런 걱정도 없는 그리고 약간의 평온이 찾아 왔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내 어머니가 100년이 되도록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장수의 비결에 대하여 약간은 알 수 있을것도 같다.
어머니는 욕심이 없고 착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다.
그래서 재산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위미리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머니를 선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음식을 적게 먹는 소식을 하신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살찌는 일이 없이 날씬 - 뼈만 앙상하시고 아주 건강하시다.
그리고 기억이 명료하시고 즐겁게 사신다.
무려 몇 십 년전 사실을 아무것도 아니고 당신이 대여섯 살 때 일도 또렸이 기억하며 재밋게 말씀하며 즐거워하신다.
내가 잊어버린 나의 어릴적 이야기는 물론 무려 100여명이 되는 친족과 어리 아이들도 완벽하게 기억하면서 이름을 불러 주신다.
또 하나 어머니의 언니되시는 큰 이모님도 102세까지 사신 장수하는 집안 출신이시다.
엊그제 내가 어머니에게 들렸을 때는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세상일에 대하여도 훤히 알고 계셨다.
단지 이제는 귀가 예전과 같지는 않은지 잘 못 알아들을 때가 있을 뿐 얼마나 건강하신지 모른다.
이렇게 어머니처럼 커다란 욕심없이 소식을 하며 즐겁고 만족하게 생활하고 있는
이러한 삶이 바로 장수의 비결인것 같다.
이러한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 자식들도 모두 장수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살아오신 100여년 기간에도 우리 고향에 많은 사연이 있었다.
마을에서 행세를 하던 부자들이 아들대에 망해버리는가 하면
가난했던 집안 사람이 어느덧 많은 재산을 모으고 지역 유지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떤 일에도 변함이 없고 그 어떠한 재력과 노력으로도 만들수 없는 것은 바로 자손들이었다.
옛날 제주에서 무려 10남매를 키우고 교육을 시키면 무슨 재산이 남아 있어 물려줄수가 있었겠는가?
그래서 어머니는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아오셨으나 몇 십년 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어머니에게 장성한 아들 딸들과 손자 손녀들이 매일같이 찾아오면서 생활에 걱정이 없어졌으며
부족하지만 가진 것을 이웃 할머니들과 나누면서 항상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살아가게 되었다.
이러한 어머니를 보면서 이제는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행복한 할머니라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금 어머니 주변에는 100여명이 넘는 자손들이 있다.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를 합하면 20명에서 태어난 손자가 32명이고
손주 중에서 현재 24명이 결혼하였으니 손주 사위와 며느리까지 합치면 손주뻘만 무려 50명이 된다.
그리고 그 손주들에서 태어난 증손자가 28명이고 다시 증손자가 혼인하여 고손자가 3명이 더 있으니
어머니의 자손들을 모두 합하면 101명으로 어머니는 이 자손들이 이름을 대부분 다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오신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 인간에게 하늘의 별만큼 많은 자손들을 주시고
세상에 나아가 번영을 누리라고 말씀하셨던 주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밖에 없다.
어머니! 이제 더 건강하고 더 오래 행복하게 살아 가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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