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라산 조난자 구조, 제주산악안전대에 감사드리며....

by 나그네 길 2013. 11. 24.

최근 한달여 사이에 한라산에서 두번의 조난자 구조가 있었다.

한 번은 1100고지 삼형제오름에서 길잃은  어머니와 아들을 구조했으며

또 한번은 법정사 둘레길에서 길잃은 할머니를 하루밤을 꼬박 보내며 구조한 것이다.

 

이 두번의 조난상황은 중문권역에서 발생하였기에 나도 그 구조현장에 있었는데,

경찰은 물론 119와 제주산악안전대 모두 함께 노력하여

조난자들을 모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이들 조난 상황은 둘 다 비슷하였다.

조난자 두 사람은 제주에 사는 여성이었고 다녀본 길이었다.

 

그리고 둘 다 오후에 산행을 시작했으며 어두어진 시간 6시경에야

길을 찾을 수 없다는 112 전화 신고를 했다.

 

그리고 한시간도 안되어 핸드폰 밧데리가 떨어져 버려 연락할 수가 없었고

비상 상황에 대한 따뜻한 옷이나 손전등 같은 준비도 없었다.

 

 

 

야간에 한라산에서 구조활동을 하는데에는 문제가 많다.

경찰은 조난신고를 받으면 112순찰차, 실종팀, 강력팀, 타격대가 현장에 출동하는데,

한라산 조난지역에 대한 지형과 등반로를 잘 알수가 없어 현장 투입에 애로가 많다.

 

그래서 지리를 잘아는 제주산악안전대에 협조를 요청하게 되며,

그 분들은 생업에 종사하는 봉사자들로 당연히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삼형제 오름에서 조난을 당한 어머니와 아들인 경우에도

저녁 6시반경에  경찰 등 10명을 산악구조에 투입하였으나 찾지 못했고

 

세시간 쯤 지난 밤 9시경에야 완벽한 장비를 갖춘 산악안전대 구조팀이 구성되어 

경찰과 합동으로 2차 구조대를 투입하여 밤 12시에 구조를 완료하였다.  

 

한라산 둘레길에서 길을 잃은 할머니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나빴다.

하필 많은 비가 내리는 밤이여서 오히려 구조대가 조난당할까 우려되는 날씨였다.

 

그 때도 산악안전구조대의 안내를 받으며 야간에 수색을 했으나 발견치 못하고

다음날 오전 신고한지 19시간만에 구조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무사하였다.

 

 

한라산 법정사 둘레길은 평소에 많이 다녀본 길이었는데도

신고내용 만으로는 조난자가 어디 쯤에 있다는 위치 정도만 짐작될 뿐이었고,

삼형제오름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라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제주산악안전구조대는 역시 전문가였다.

두 번의 구조현장에서 지도만 보면서 조난자의 위치를 추적해내었고

야밤에 산길을 찾아가 구조하는 것은 그 분들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제주산악안전구조대가 순수한 민간봉사단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다.

 

국내 최대의 명산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가

그리고 한해 수백만명 이상이 한라산과 오름을 탐방하는데

탐방객의 안전은 민간단체의 봉사에 맞겨 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2012년 한라산 탐방객이 113만 명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 탐방객은 9만4000명인데,

이는 이번에 조난을 당한 한라산 둘레길이나 오름 탐방객은 제외한 숫자이다.

 

그리고 지난해 73건의 조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는 등

해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은 한라산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제주경찰에서는 90년대 초반까지 한라산 영실에 산악구조대를 편성 24시간 운영했었는데,

경찰청 인력과 예산문제로 직제가 폐지되어 철수해 버렸다.

 

그 후 조난자 구조에 출동하는 경찰은 파출소와 실종팀, 형사들이 담당하는데

당연히 전문업무가 아니라 지리에 미숙하고 구조 장비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라산과 오름 등 조난자 구조업무는

제주도의 국립공원관리사무소나 119소방에서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두번의 조난상황에서 보면 유관 기관에서 출동은 하였는데도

민간 봉사단체인 제주산악안전대가 구조활동을 주도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한라산은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탐방객 조난 구조는 민간봉사대가 주도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예산이 없다는 타령은 하지 말자.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당시에 전화투표를 위한 전화요금으로

총 211억8600만원이나 지출할 수 있는 제주도이다.(참여연대 감사청구 자료)

 

세계자연경관 지정이 중요한 만큼 한라산을 탐방하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것은 더 중요하다.

더 이상 제주도산악안전을 민간 봉사활동에 맞기지 말고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할 때이다.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 적십자산악안전대'(약칭 제주산악안전대, 대장 오경아 44세 여)는

1961년 구성된 민간봉사단체로 그동안 많은 구조 활동으로 공익사회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대원은 모두 37명. 이중 역대 대장을 빼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원은 

여성대원 2명을 포함해 30명이라고 한다.(언론보도 참조)

 

그러나 매년 대한산악연맹에서 200만원, 적십자사에서 50만원의 지원금이 전부다.

나머지는 대원들 스스로 운영비를 내고 있으며 

1년에 4~5차례 열리는 전국 시도연맹 구조대 훈련에도 자비로 참가해야 한다.

 

말이되는 소리인가?

제주도에서 동네 청년회 무슨 무슨 행사에도 천만원대를 지원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생명을 지키는 단체에 지원할 예산은 없는 이유는?

도지사 선거때 표가 안나오기 때문인가?

 

 

추가  : 2013. 12. 17일 서귀포경찰서에서는

제주산악안전대 오경아 회장을 초청하여 경찰서장의 감사장을 드리고

경찰서 전 직원이 참석하여 '산악안전 및 구조요령'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이제 겨울을 맞아 한라산 탐방객들이 안전을 위하여 더 노력해야할 때이다. 

 

"그동안 조난자 구조활동을 하면서 경찰과 협조를 잘 해주신

제주산악안전대 여러분께 감사드리면서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