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면 존귀해지기도 하는데,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유'라고 할 수 있다.
구유는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기위해 나무나 돌로 만들어진 여물통에 불과한데,
성탄절이 되면 전 세계 그리스도교인들은 구유에 경배하는 예식을 치르고 있다.
이는 아기 예수가 베들레험의 마구간에서 태어나 구유에 눕혀졌기 때문이다.
성경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루카 2,12)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And this will be a sign for you: you will find an infant wrapped in swaddling clothes and lying in a manger.”
'구유'라는 우리 말을 검색해 보면 - 가축의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이라고 되어 있으나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우리 제주에서는 거이 들어보지 못하였다.
소나 말이 여물통은 보지 못했지만 돌로 만든 돼지 먹이통은 '돗도구리'로 불렀다.
<금악성당 성탄구유>
성경 루카복음은 서기 70년 이후에 히브리어로 쓰여졌다고한다.
히브리어 성경 당시에 '구유'를 무슨 단어로 표기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 희랍어로 번역되었다가 라틴어로, 다시 영어로 그리고 중국어로 번역되었으며,
조선 후기에 중국의 한자 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구유'라는 단어로 정착하였다.
<조수공소 구유>
중국 한자 성경을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Christ)는 한자말 '기독(基督)'으로 그대로 가져와 기독교가 되었으며
지저스(Jesus)의 한자식 발음 ‘예수(耶穌)를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일본식 표기는 ‘耶蘇 야소’)
이런 과정에서 "말씀하시다"를 어찌하여 "가라사대"로 표기하였는지는 의문이다.
<고산성당 구유>
2천년전 중동지방의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의 어느 마구간에서
한 아기가 태어나 말 구유 위에 누어졌는데
그렇게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 예수는
수난과 부활을 넘어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그리스도라고 불리며 흠숭을 받게된다.
<모슬포성당 구유>
오늘 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은
크리스마스라고 부르는 전 세계인의 축제일로 지정되었으며
마구간에서의 탄생을 뜻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구유를 꾸미고 경배를 드리면서
구유는 단순한 말먹이통이 아니라 단어 그 자체로 성탄을 기리는 의미로 변화되었다.
<노형성당 구유>
예전엔 성탄절이 되면
제주도내 각 성당을 순례하며 구유경배를 드리는 신자들도 많았는데
올 해는 김기량성당 학생들 외에는 만나지 못하였다.
<중문성당 구유>
본당 설립 120주년을 맞는 서귀포성당에서는
올 성탄 구유에 오랜 역사와 전통의 의미를 담으려고 하였다.
'구유'와 같이 가축의 '여물통'에서 '경배'의 대상으로 위상이 급격히 변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구유에 대한 말씀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구유를 설치하는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 삶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당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적 거리두기 부활대축일 미사 (0) | 2020.04.13 |
---|---|
제주의 '잔치국수'와 '국수잔치' (0) | 2020.02.07 |
북 콘서트- 허찬란 신부의 '우주는 푸른용' (0) | 2020.01.14 |
2019년 틀낭학교를 마치며, (0) | 2019.12.30 |
제주교구와 인천교구 생태환경 보전 교류 협력 행사 (0) | 2019.10.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