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00년 6월 12일 하논성당을 설립한지 1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찾아간 하논성당터에는 마치 설립일을 축하라도 하듯이 제초작업이 깨끗하게 되어 있었고 돌 제대 옆에는 노란색 예쁜 꽃들이 하늘거리며 반겨 주었다.
세계적 펜데믹으로 이어지고 있는 COVID-19로 본당 서귀포성당 120주년 기념 행사들이 취소되었지만,
오랜만에 서울 불광동성당에서 찾아온 ‘우하하 성지순례단’을 맞이하는 하논성당터의 은행나무는
고고하게 푸르름을 더하며 120년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었다.
내 인생의 후반부는 여기 하논성당터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년을 5년여 앞두었던 2009년 9월 어느 날, 서귀포성당 설립 11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일념으로 여기 하논성당터를 찾아왔었다.
그날, 한 번도 보지 못하였던 하논성당터를 이렇게 만날 수 있었음은 누군가의 부르심에 이끌리었던 것 같다.
그 후 기념사업은 하논본당 복원계획을 수립하였고 하논성당터를 중심으로 순례길을 조성하게 된다.
그리고 2013년 교구장 강우일 주교에 의해 하논성당순례길이 선포되었으며, 제주교구 순레길위원회 위원으로 해설사가 될 수 있었다.
하논성당터가 위치하는 하논분화구 호수개발의 부당성을 인지하게 되면서 제주의 환경보전이라는 새로운 분야였던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논성당의 역사에 자료를 수집하면서 제주교구 역사편찬위원에 선임되기도 하였으며, 인천교구와 제주교구간 환경보전협약도 하논성당터에서 체결되었다.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는 물론 종교와 사회적인 활동들은 여기 하논성당터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논성당터를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하논성당 설립자인 김원영 신부는 현재의 하논지역에 4칸 초가집을 구입하여 ‘한논본당’이라는 명칭으로 산남지역 최초의 하논성당을 설립하였다. 이후 하논성당은 1902년 서홍동의 ‘홍로본당’으로 옮겼다가 1937년 지금의 서귀포성당으로 이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설립 120년을 맞이 하는 하논성당 현황>
하논성당터 위치(주소) : 서귀포시 호근동 194-1번지(전 2,063㎡ 624평)
설립 : 1900년 6월 12일, 4칸 초가집(신자 20명) 초대주임 김원영 신부
성당 이전 : 1902년 7월 17일 홍로본당으로 이전, 3대 주임 에밀 타케 신부
제주4.3때 성당터 멸실 : 1948년 11월 19일 군경토벌대에 의해 하논마을 전소
하논성당터 발굴 : 2010년 11월 복원계획 수립, 순례길 조성
하논성당순례길 선포 : 2013년 4월 20일 교구장 강우일 주교
오늘 하논성당 설립 120주년을 맞아 찾아간 하논성당터에서
우리는 “제주를 살리기 위한 기도”와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를 바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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