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4월은 왕벚꽃과 유채꽃 축제로 화사함을 더하고,
교회에서는 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회개와 은총의 시기이기도하다.
<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의 벚꽃놀이>
오래전부터 가톨릭교회는 부활절 전 주일을 성지주일로 정하여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할때 종려나무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환호했던 전통을 기념하고있다.
< 성지주일에 종려나무가지를 들고 행렬하는 신자들 >
그런데 올해는 묘하게도 성지주일과 왕벚꽃 축제가 같은 날에 만났고,
성지주일 미사를 마치고 찾았던 벚꽃길 순례 중에
허찬란 임마누엘 신부의 감동적인 문자를 받아 블로그에 포스팅하게 되었다.
<새롭게 뜨는 명소, 내 고향 남원읍 위미리의 마을안길 3km 왕벚꽃>
그 문자의 내용은
같은 식물이면서도 하나는 소비와 축제의 상징으로 환호를 받고
다른 하나는 영원과 절제의 상징인 성지가지로 오늘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이 시대에 무언가를 생각케 하는 '생태신학적 스토리'였다.
<제주시 전농로 벚꽃축제>
--------- 이하, 허찬란 신부의 문자에서 발췌 ------------
"올 해는 벚꽃이 늦게 핀데다가 이상하리만치 비바람에 벚꽃이 지질 않아서
올봄, 아주 짧은 이번 봄에는 벚꽃을 만끽했다.
본당의 부활 판공성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농로에서 가로등과 절묘하게 메치를 이룬 벚꽃 축제에 빠찐 이 독신자가 느낀 그 기분은 최고였다."
<전농로의 밤벚꽃놀이>
"어쩌면 그 자태가 '내가 꽃중에 여왕'이라고 고백하려는 듯
그냥 벚꽃이 아니라 여왕벚꽃 축제 같았다.
살짝 바람이 불어 꽃이 흩날리더라도
예년의 비에 범벅진 그 꽃가루와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여왕벚꽃의 행차였다."
<서귀포 효돈동의 벚꽃길>
"바람의 역할은 벚꽃을 한 웅큼 쥐고 축제를 알리는 결혼식 둘러리 화동같았다."
<제주대학교의 왕벚꽃 정원>
"그 사이, 사제 포콜라레 모임 중에
시골 본당에서 올라온 신부님들은 성지가지 작업 한 애기를 들려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본당 재정 마련을 위해
도시본당으로 성지 공급을 위해 수만개에서 수십만개 성지작업을 했다고 한다."
<성지가지로 쓰이는 편백나무잎, 한 개당 200원에 판매>
"이 기막힌 타이밍에 곳곳의 벚꽃축제와 성지주일이 교묘히 만났다.
같은 식물인데 누구는 카메라 후래쉬를 받지만.
누구는 지루하리만치 긴 복음말씀을 들으며 성지주일에 참여한 이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가시리 정석항공로의 유채꽃과 벚꽃>
"인류처럼 이들도 한 조상에서 진화가 되었을건데
하나는 축제로,
하나는 십자가와 죽음이라는 영원의 축제로,
그리하여 인간은 그들과 축제를 만든다.
하나는 소비의 상징이요 다른 하나는 절제의 상징이라니!"
<애월읍 장전리 벚꽃축제장 야경>
오늘 우리는 사순절기 안에 함께 해 온 두 개의 나뭇잎을 들고 있다.
벚꽃이라는 소비의 벽과 종려나무라는 검소의 시험대에서 과연 어느쪽을 택할 것인지?
창조주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성지가지와 110주년 십자가>
오늘 나는 지금까지 무심코 보내버렸던 지난 성지주일들을 돌아보면서
같은 식물이면서도 두개의 전혀 다른 나뭇잎으로 살아가는
허찬란 신부의 생태신학적 스토리를 다시 한번 묵상해 본다.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우리의 지구는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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