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의 자연

강정정수장의 수돗물 유충을 생각한다.

by 나그네 길 2020. 10. 23.

최근 서귀포 시내 가정집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됨에 따라 강정정수장의 수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깔다구류' 유충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강정정수장은 우리 집을 비롯한 서귀포 시민 3만 1,000여명이 먹는 수돗물의 음용을 금지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물이 귀한 제주에서 지하수 보다 더 깨끗하다는 강정천 정수장의 수질을 자랑해왔던 서귀포 시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강정수원지는 보호시설로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보호지역이다.

이 강정정수장 포스팅사진들은 지난 2009년 강정해군기지 반대 집회 관리를 위하여 강정정수장 경비실에 경찰진압부대 지휘소를 설치했었는데, 그 당시 정수장 관계자의 안내로 시설을 견학할때 사진이며, 10여년이 지난 현재와는 다룰 수 있다.

 

2009년 당시 내가 견학한 강정정수지는 너무도 깨끗한 물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서귀포시민들에게 먹을 물을 제공하는 강정정수장 시설용량은 하루 2만5,000톤으로, 이 물은 서귀포시 동지역 대부분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그냥 마셔도 되는 최고급 1급수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잘 관리되는 깨끗한 강정천 정수장에 깔다구 유충이 서식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도 같다.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이미 우리 제주도는 아열대 기후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소나무 재선충이 생겨나 제주의 소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으며, 제주의 바다는 예전에 없었던 열대성 해파리들이 잠식하고 있다.

 

강정정수장은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제주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정수장이다.

제주의 기후는 더 변하고 있기에 내가 방문했던 10여 년 전보다도 강정정수장 역시 수질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러한 깔따구류 유충들은 제주의 기후 변화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기후 위기에 따른 정수장 수질 문제를 연구하는 것은 수돗물 관리하는 수질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내가 더 우려하는 것은 수돗물 유충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책임을 회피해야하는 조직이기에 수돗물의 유충을 없애기 위하여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강정정수장에 과도한 약품을 처리하여 우리 서귀포 시민들에게 약품에 오염된 더 나쁜 수돗물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자연발생적인 유충보다 수돗물의 약품 오염은 더욱 심각하게 우리 시민들이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의 집 지구가 기후 위기로 울부짖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에게는 수돗물에서 발견되는 유충보다 더 심각한 생태 환경 문제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미 인간들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제주의 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해 입은 제주감귤  (0) 2021.01.14
귤림추색(橘林秋色)의 유래(?)  (0) 2020.11.15
'테우'와 '출육금지령'  (0) 2020.08.21
제주 청귤(풋귤)의 진실  (0) 2020.08.04
제주 돌하르방의 변신  (0) 2020.07.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