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을 이틀 앞두고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 2013. 2. 28일자로 사임한다는 교황청의 발표에 세계가 놀라움에 빠져들었다.
종신 임기가 보장된 교황이 중도에 물러나는 것은 거의 600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일부 음모설 등 유언비어도 나돌고 있지만 지구촌의 반응은 충격과 함께 곧바로 감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善終)하시고,
당시 78세이던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선출되어 2005. 4. 25일자로 즉위했으며 초대 교황 성 베드로부터 따지면 265대 교황이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7년 10개월 동안 활동하시던 교황은 고령으로 인한 인간의 한계를 선선히 받아들이고 작별을 고했다.
이렇게 사임하시는 교황님의 모습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권력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평생 업적을 무너뜨리는 일부 종교인들이과 세속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다.
베네딕토 16세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분명히 아는 사람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나 개인적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에 이어 2번째 교황님이신 사임하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성하께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 교황님 사임 발표문 번역 >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제가 추기경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세 분의 시성(諡聖)뿐만 아니라 교회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결정을 통보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주님 앞에서의 거듭된 양심성찰 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고령으로 말미암은 노쇠는 베드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에 합당치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직무가 그 영적인 본질로 인해, 말씀과 업무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기도와 고통으로 완수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신앙생활의 매우 중대한 문제들이 소용돌이치는 오늘의 세계에서, 성 베드로의 배를 진두지휘하고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힘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난 몇 달 사이에, 저의 몸과 마음은 쇠약해질 데로 쇠약해져, 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행위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2005년 4월 19일 추기경들에 의해 제게 맡겨진 성 베드로의 후계자, 로마 주교의 직무에서 사임할 것을 선언합니다.
2013년 2월 28일 20시부터 성 베드로 좌는 공석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관할권자들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를 소집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여러분의 모든 사랑과, 제 직무의 무거움을 저와 함께 짊어진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저의 모든 허물에 대해서는 용서를 청합니다.
이제 최고 목자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돌보심에 거룩한 교회를 의탁합시다.
그리고 추기경 교부들이 새 교황을 선출할 때, 어머니의 사랑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께 간청합시다.
저는 앞으로도, 기도에 전념하며 온 마음을 다하여 거룩한 하느님의 교회에 봉사할 것입니다.
바티칸, 2013년 2월 10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 교황님 사임에 따른 의문 해설>
Q.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뒤 거취는….
베네딕토 16세는 598년 만에 처음으로 선종(善終) 이전에 사임한 교황이다. 바티칸에서는 전례가 없어 예우에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사임할 경우 교황 신분은 유지되지만 그 권한과 책임은 사라진다.
교황은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여름 휴양지인 이탈리아 라치오 주 카스텔 간돌포에서 휴식한 뒤 한 수도원에서 여생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Q. 콘클라베는 어떻게 진행되나.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다’는 의미이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 회의를 가리킨다.
교회법에는 교황 궐위 후 15∼20일 사이에 콘클라베를 개최하도록 돼 있다.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은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무기명으로 계속 투표하게 된다.
과거 내부 분열로 교황 선출이 어려워지자 추기경들을 감금해 빵과 물만 넣어주고 투표하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나흘 이상 지속된 콘클라베는 1851년(54일간)이 마지막이다.
Q. 교황은 어떤 권한을 갖나.
교황은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그 권위와 책임을 계승한다. 로마 교구의 교구장이다.
주교성당은 바티칸이 아니라 라테라노 대성당이다. 로마 관구를 책임지며 이탈리아의 수좌 대주교가 된다.
또 교황은 서방교회의 총주교이자 바티칸시국의 원수가 된다.
Q. 최장 기간 재임한 교황과 최단 기간 재임한 교황은….
최장수 교황은 베드로로 재임 기간은 34년이었다. 반면 우르바누스 7세는 말라리아에 걸려 선출 뒤 즉위식도 갖지 못했다.
레오 8세는 역사상 첫 평신도 출신 교황으로 먼저 주교로 서임된 뒤 즉위했다. 최고 존칭인 대교황은 성 레오 1세와 그레고리오 1세 두 명이다.
Q. 교황의 국가별 분포는….
역대 교황 중 이탈리아 출신이 210명, 프랑스 16명, 독일 6명이다.
교황 명칭 중 요한이 2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레고리오, 베네딕토, 클레멘스, 레오 순이었다.
Q. 교황의 상징과 표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잘 알려진 것이 베드로의 반지다. 베드로가 그물을 던지는 그림이 새겨진 이 금반지는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며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점에서 ‘어부의 반지’로 불린다. 전임 교황의 반지는 콘클라베 개시일을 앞두고 은망치로 부순다.
이는 세계 가톨릭에 대한 그의 권위가 끝났음을 상징한다. 선종한 교황의 경우 부서진 반지를 관 속에 넣는다.
그리고 머리에 쓰는 교황관, 목자의 지팡이와 양털 휘장 그리고 교황문장 등이 있다.
Q. 교황과 추기경의 상징은 다른가.
목장(牧杖)은 목자가 양을 칠 때 사용하던 지팡이에서 유래하며 목자의 직무와 권위를 상징한다.
주교나 대주교는 윗부분이 원형으로 구부러진 목장을 사용하며 교황은 십자가 모양의 지팡이를 쓴다.
교황관은 통치·신품·교도권을 상징한다. 교황관은 바오로 6세 때까지 사용하다 요한 바오로 1세 때부터 모습을 감췄다.
세속적 권력의 상징을 담고 있어 교황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Q. 교황만의 특별한 색이 있나.
흰색이다. 이는 고대로부터 신을 상징하는 고귀한 색이고 대제사장만 입을 수 있었던 특성에서 연유한다.
주교는 자주색, 추기경은 빨간색(진홍색)을 쓰고 있다.
참고: ‘인사이드 바티칸’,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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