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가장 거룩한 시기 파스카 성삼일은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 미사부터 시작하여 주님수난 성금요일 십자가 경배와
성토요일 파스카 성야에 절정을 이루며 부활 주일의 저녁 기도로 끝난다"
일상의 시간으로 생각하면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주일 이렇게 4일처럼 여겨지지만,
일몰에서 일몰까지를 하루로 계산하던 유다인들의 시간 개념에 따라 다시 계산하면,
성목요일 저녁 주님만찬 미사 부터 대략 3일에 해당한다.
덧붙여 파스카 성야에서 부활 주일 저녁기도까지의 시간은 파스카 성삼일에도 속하고 부활시기에도 속한다는 것은
파스카 성삼일이 수난에서 부활로 넘어가는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성목요일에는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제주교구 전 신부님들이 함께하는 성유축성 미사가 있다.
각 본당에서는 이 때 축성된 성유를 가지고 와서 세례식 등 일년동안 성유를 사용하게된다.
현요안 신부님 부임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올 서귀포성당의 성삼일은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님으로 계시는 문창우 비오 신부님과 함께하여 더욱 좋았다.
성당에는 십자가와 성상들을 전부 가리고 종을 치지도 않고 오르간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님만찬 성목요일 미사에는 말씀의 전례가 끝나면 발씻김 예식(세족례)를 하게 되는데
그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파격적으로 로마의 한 소년원을 방문 조촐한 미사를 집전하시며
가톨릭교회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교도 2명과 여자 2명을 포함한 12명의 소년원생들 발을 씻겨주셨다.
교황님은 이들의 발에 입을 맞추면서
“발을 씻어주는 것은 내가 당신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이 예수가 우리에게 가르치신 것이며, 내가 마음을 다해 실천하려는 의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성당 세족식에 참여하는 신자는 미사중에 즉석에서 추첨하였는데
7개 구역에서 2명씩 14명을 뽑았는데 남자는 4명뿐으로 대부분 여성들이 선발되는 영광을 받았다.
나는 예전에 세족례를 2번이나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사제가 나의 발을 씻겨 주실때 묘한 감격과 함께 너무 쑥스러웠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두분의 신부님께서는 선발된 14명의 오른발을 씻어 주시며 발에 입을 맞추어 주었고
대부분 처음으로 세족례를 받는 신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에 겨워하는 것을 보면서
그 동안 사목임원들이나 소위 잘나가는 신자들에게 세족례를 베풀던 관례에서 변화하는 교회의 모습이 좋아보였다.
성찬식 미사 중에 영성체는 주임신부님께서 직접 둥그런 밀떡을 만들어 구역별로 나누어 주었고
구역장이 밀떡을 잘라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포도주를 적셔 먹도록 하였다.
주님만찬 미사가 끝나면
사제는 성체를 성전 밖에 마련된 수난감실로 모시고 제대포를 걷어내어 주님의 수난을 알린다.
이 때부터 모든 신자들은 밤새 성체조배를 하며 수난감실을 지키게 된다.
보통은 구역별로 한시간씩 시간을 정하여 다음날 까지 지키게 되는데,
나는 출근시간에 맞추어 어스러이 떠오르는 여명을 바라보며 6:00~07:30까지 성체조배를 하였다.
예전엔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을 뜻하는 '무덤제대'라고 불리렀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성체조배실에 수난감실은 아름답께 꾸미고 슬픔보다는 수난과 부활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성체조배는 임마누엘 수녀님이 진행하면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상 등으로 수난에 동참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다.
주님수난 성금요일은 오후 3시 십자가의길부터 시작된다.
지난해에 이어 제주 4.3평화 공원에서 주교님과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이 있었는데 참석하지 못했다.
성금요일은 일년 중 유일하게 미사가 없는날이다.
본당에서는 수난복음을 읽고 십자가 경배 예식을 하게 된다.
사제는 포로 가리어진 십자가를 풀어내면서 장엄하게 3번 노래한다.
"보라 십자나무 여기에 세상구원이 달렸네"
이 때 신자들은 3번 화답한다. "모두와서 경배하세"
올 해는 커다란 나무십자가를 준비하여 제대앞에 놓았다.
신자들은 차례로 나아가 십자가에 입을 맞추거나 절을하는 방법으로 경배한다.
올 해는 여섯 사람씩 함께 나아가 십자가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방법으로 십자가 경배를 하였다.
십자가 경배가 끝나면 미사 없이 수난감실에 미리 축성해 놓았던 성체를 영하고 주님수난 성금요일 예식을 마치게 된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부활계란을 만들면서 파스카 성토요일의 거룩하고 장엄한 부활성야 미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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