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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을 경험하며,

by 나그네 길 2013. 4. 4.

 어제 아침 우리 집에서 황당한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하였다.

아침 8시30분경 집에는 엄마와 딸만 있을 때 집전화가 걸려왔다.

 

엄마는 전화번호가 “010-4996-3851”, 정확하게 찍혀있어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

 

“여보시오, 거기 00네 집이죠?”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아들이 이름을 대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지금 아들을 데리고 있는데 흐흐, 승주가 많이 다쳤어요.”

“예?? 그건 무슨 말이에요??”

“흐흐 아들을 바꿔줄게요”

 

이 때 급박하고 울먹이는 아들이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엄마~ 무서워요. 아~악 살려주세요~!!”

 

이때부터 엄마는 제정신이 아니다.

“아이고 아들아, 무슨 일이냐? 어디야~??”

“몰라요, 여기 캄캄한 지하에요. 피가 많이 나요. 살려 주세요. 엄마..”

 

이 때, 다시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내가 아들을 납치해서 데리고 있는데, 납치할 때 많이 다쳤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될 것 같으니 돈이 필요 해 알았어?”

 

이때부터 엄마는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무조건 다 들어주겠다고 하는데,

똑똑한 딸이 출근 준비를 하다가 급하게 오빠에게 전화를 연결했고,

아들은 로스쿨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단 몇 분만에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엄마는 한동안 가슴이 울렁거리며 진정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다는 말 만 나올 뿐이었다.

 

가장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었지만 당황할 때에는 목소리도 비슷하게 들리게 마련이다.

다행히 아들과 전화가 연결되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모른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착한 우리 아들도 완전 열을 받았나보다.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싫은 소리를 올린걸 보면..

그리고 나도 이러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글을 쓰고 있고.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흔히 전화금융사기라고 일컬어지는 보이스피싱은 음성(voice)과 낚시(ph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전화를 이용하여 개인정보(private data)를 빼내고 사기를 치는 수법이다.

 

 

2006년도부터 시작된 보이스피싱은 나날이 교묘해지면서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스미싱(Smishing)에 이어 신용카드 이메일 이용까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보이스피싱으로 사기를 당하는 금액은 서귀포시에서도 1년에 5억원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595억원(5,709건)으로

2011년 1,019억원(8,244건)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많은 돈이다.

 

보이스피싱에는 여러 가지 패턴이 있지만,

내가 사건을 상담하면서 들어보면 사기를 당하는 것은 경우는 비슷해 보인다.

우리 집과 같이 자녀의 납치, 군입대한 자녀의 사고와 같이 단순하지만 당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리고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사칭하는 전화가 가장 많았다.

“당신계좌를 범죄자들이 이용하고 있으니 빨리 CD기로 가서 막아라.”는 전화를 받고

시키는 대로 번호를 누르다보면 돈이 계좌에 있던 돈이 다 빠져나가버린다.

여기에서 조금 변형하여 “금융감독원” “우체국” 등을 사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보이스피싱은 어수룩한 노인네들이 당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내가 상담한 사례를 보면 소위 사회적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나 공무원들도 많이 당했다.

심지어는 농협 간부 출신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CD기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농협 여직원이 보이스피싱 같다며 말리자 오히려 화를 내면서 입금을 다 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당황하면 제 정신이 아니게 되며 이것을 이용하는 범죄가 보이스피싱이다.

보이스피싱은 원상회복이 거이 불가능한 범죄이다.

입금과 동시에 추적이 어려운 외국은행 계좌로 다시 이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람이 신고를 하면 조속히 계좌를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지만

대부분 돈이 인출되어 버렸기에 안타까워했다.

금융구제제도가 있기는 하나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제일이다.

 

 

경찰청이라고 하면서 전화가 온다고 해도 개인적인 정보를 물어 본다든지 ‘돈’이야기를 한다면 모두 가짜이다.

요즘 경찰은 절대 그러한 것들을 물어보지도 않고 물어 볼 수도 없다.

만약 수사에 필요한 알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모든 국가기관이나 단체에서는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전화를 못 받을 대에 대비하여

비상연락에 필요한 선생님이나 친구의 전화 등을 평소 잘 메모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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