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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고기국수(괴기국수)

by 나그네 길 2013. 4. 17.

서귀포 중문에 있는 국수바다에서 오랜 만에 고기국수를 먹었다. 

고기국수는 면발과 육수 국물도 맛있어야 하지만 삶은 돼지고기가 가장 중요한데

중문 국수바다의 고기국수는 제주도내 어느 고기국수집에 비하여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즉석에서 뽑아낸 쫄깃한 면발과 옛날 고기국수와 같은 구수한 국물맛과 함께

가지런하게 정성을 들여 내놓은 맛있는 오겹살 삶은 돼지고기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데가 없다.

그리고 고기국수에 반드시 필요한 반찬으로 알려진 약간 묵은 김치와 무김치, 마늘 장아찌,

양파 몇 조각과 약간 매운 고추 하나와 된장으로 구성된 절제된 반찬 식단이지만 충분하였다.

 

고추가루를 휘이저어 김치에 고기와 국수를 한번에 먹으면 입안에서 쫄깃하게 씹히는 그 맛,

 고추를 한입 먹고 국물을 그릇째 마시면서 매운맛을 즐기는 기분은 고기국수를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휴일 당직날 밤에 여기 저기 걸어다니다가 혼자 먹는 고기국수는 더 맛있는 것 같기도하다.

 

고기국수는 제주도에만 있는 토속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초상집에서 조문객들에게 주로 국수를 내어 놓았다.

그 때 국수는 멸치국수였는데 조문객 1인당 삶은 돼지고기 석점을 김치를 함께 드렸다.

이 때 국수와 돼지고기를 함께 먹으면서 괴기(고기)국수라는 새로운 음식으로 나타나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었다.

그런데 국물이 너무 느끼하자 육수를 만드는 방법이 새로 생겨났으며,

삶은 돼지고기는 한입에 하나씩 먹을 수 있게 잘게 썰어 국수에 넣었다.

이러한 고기국수가 간단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초상집이나 동네 잔치 등에 많이 쓰이게 되면서 

제주도민들 사이에는 괴기국수가 사랑 받는 서민들이 토속 음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요즘에는 여기 저기 고기국수집이 많이 생겨났으며,

고기국수를 만드는 방법도 사람과 식당에 따라 다른것 같다,

또한 고기국수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토속음식으로 알려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맛있는 고기국수를 먹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누가 뭐래도 새로 삶은 쫄깃한 면발과 따끈한 육수국물은 더 없이 중요하지만,

  고기국수에는 반드시 맛있는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 놓아야 제맛이 안다.

 

지금도 대부분의 고기국수집에서는 돼지고기를 아무렇게나 썰어서 국수 위에 얹어 놓는다

심지어는 기름끼만 있는 부위나 쓰다 남은 부스러기 또는 껍질을 내어놓기도 하는데

그러한 고기국수는 음식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고 맛도 떨어 진다.

 

중문 국수바다와 같이 맛있는 오겹살 부위를 가지런하게 썰어서 정성스래 내놓으면 

참으로 흐믓하고 국물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럴때면 주방에 가서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식대는 현금으로 계산을 해 주곤 한다.

고기국수 한 그릇에도 정성이 들어간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이렇게 만족하면서 감사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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