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오후에 어느 아파트에서 신고가 있었다.
"주인이 없는 커다란 개가 아파트를 돌아 다니는데 아이들이 무서워한다."
한 참 후, 직원들이 순찰차로 커다란 세퍼트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길이가 1m도 넘을 것 같은 커다란 놈인데 어찌나 순진한지
순찰차에 타라고 하였더니 그대로 올라타기에 태우고 왔다는것이었다.
우선은 목 띠가 없어 주인이 없는것 같았기에
목 띠와 개줄을 사와서 파출소 뒤편에 묶어 놓도록 한 후 주인을 찾기로 하였다.
아주 순진하고 말을 잘 듣는 세퍼트였다.
그래서 임시로 이름을 '폴(pol)'이라 부르며 물을 주었는데 목이 말랐는지 커다란 물 그릇 한사발을 먹었다.
그리고 사료를 한 푸대 사다가 주었는데 배가 고픈 것 같았지만 잘 먹지를 않으며 무언가를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훈련이 잘 되었던지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더 없이 반기며 재롱을 떨었고
큰 소리로 짓지도 않으면서 의젖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나
무언가 불안해하며 주인을 찾는 몸짓은 외로워 보여 안타까웠다.
그리고 왼 쪽 뺨에는 딱지도 아물지 않는 커다란 상처도 있었는데
무언가 사연이 있는 개가 틀림없어 보였다.
이럴 때는 유기견 보호소에 연락을 하면 되는데,
유기견보호소는 1주일간 공고를 하고 주인이 안 나타나면 안락사를 시켜버리기 때문에
직원들과 논의하여 최대한 오래 보호를 하면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하였다.
저녁 퇴근할 때 둘러보니 그런대로 약간은 안정이 된 것 같았다.
내가 다가가도 낮설어 하지 않고 온몸을 비비면서 반겨주는것을 보면
개들도 경찰은 자신을 보호해 주는 사람으로 아는것 같기도 하다.
밤에 세퍼트 '폴'의 꿈을 꾸었다. 개꿈을...
아침 출근전에 테레사에게 세퍼트를 보호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자
세퍼트의 사연을 안타까워 하면서 보호소에 보내지 말고 꼭 주인을 찾아 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출근하여 세퍼트 '폴'을 둘러보았다.
나를 보자 반갑게 달려들더니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온 몸을 비벼대는 것이었다.
비록 바지가 더러워 졌지만 서로를 믿고 서로를 아껴주게되면
이런 동물들과도 하루만에 이렇게 정이 생기게 되는 것을 체험하였다.
직원들과 근무교대를 위한 회의를 하는데 세퍼트의 주인이 찾아왔다.
세퍼트는 겨우 1살된 암컷 '초코'라고 하는데, '폴'이라고 하는 애의 오빠가 집에 있단다.
'초코'가 길을 잃은 사유는 개 훈련소에 맞겼는데 고된 훈련이 싫어 도망쳐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얼마나 어떤 훈련을 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에 나있는 상처를 보면 거이 학대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이런 착한 애가 훈련소에서 탈주를 하게 되었을까?
언젠가 개 훈련소에 대하여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쉽지만 12시간 만에 주인을 찾아 보내 주게 되니 참 다행이다.
그리고'초코'가 차에 올라 타기 전에 머리를 쓰다 듬어 주면서 마음을 전했다.
"언제라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며 여기있는 나를 찾아오너라."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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