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을 맞아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경로잔치가 많이 열리고 있다.
아마 서귀포시 대부분의 마을에서 경로잔치가 열리고 있으며
중문지역만 해도 6개 법정동 별로 경로잔치를 개최하고 있어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오늘 중문관광단지내 CS호텔 야외정원에서 중문지역 경로잔치가 열렸다.
중문노인복지회관에서 주재하고 지역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경로잔치로는 큰 행사였으며
화창한 오월에 널찍한 야외 잔디밭에서 개최하는 행사여서 잔치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지역에서 개최하는 경로잔치를 보면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식전행사로 민요 경창자가 노랫가락 몇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띠우고나서
보통은 내빈소개를 하는데 정말로 지루하고 답답하게 진행할 때도 있다.
어떤 행사장에서는 시장, 도의원과 노인회장, 동장, 파출소장, 농협장, 개발위원장, 부녀회장, 마을회장, 청년회장,
라이온즈, 로타리, JC, 금고이사장 등 등 무려 20여명을 소개하면서 그 때마다 박수를 치도록 하기도 한다.
그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해야하는 나는 참으로 민망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빈소개가 싫어 행사참석을 꺼렸던 적도 있었으나 다행히 오늘은 약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는 의전이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날씨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에는 서로 자리를 양보하고 낮은 좌석에 앉으려고 겸손을 보이고 있지만
옛 날에는 행사장에서 내빈들이 자리 싸움이 너무 심했었다.
예전엔 경로잔치 행사장의 좌석 배치도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보통은 단상과 단하로 구분하여 단상에는 내빈들이 앉고 단하에는 노인들이 앉았다.
내빈들은 연단 중심 양옆으로 서열에 따라 의자를 배치하고 직책과 이름을 써 붙이는데,
이 때 소위 끝발부서라고 하는 군인과 경찰에 대한 예우가 문제였다.
왜냐하면 군사정권 시절에는 군인들은 계급과 달리 너무 높은 직첵을 가졌으며,
경찰은 직책과 달리 너무 낮은 직급을 주었기에 일어나는 사안이었다.
비근한 예로 3개 경찰서와 경비단과 공항경찰대를 지휘하며 제주도 치안을 책임지는 제주경찰청장을
예비군 대대 3개를 거느린 방어사령관과 그 밑에 대령급 보안부대장보다도 아래 직급으로 했었으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 었으며 행사장 마다 수행원들이 자리 싸움을 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기관장은 단상 좌석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행사장에 왔다가 바로 나가버린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그 기관에서 행사 주최측을 얼마나 시달리게 만들지는 뻔 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어떤 때는 가만히 있다가 행사 직전에 의자에 이름표만 바꿔 붙여 버리기도 했었다.
예전엔 제주도에서 8대 기관장이라고 불리는 고위직들이 의전서열을 순서대로 정해 놓은 적이 있다.
아마 지금까지도 그런 의전 서열이 내려오고 있겠지만 이 서열은 행사장에서 모든 순서를 정하게 된다.
좌석뿐 만이 아니라 내빈차량 주차와 출발 등 전용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도 끝발 싸움이 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행사장 의전도 많이 달라졌다.
먼저 단상을 없애 버려 내빈이나 주빈이나 모두 한 자리에 앉아서 행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좌석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을 없애 내빈들이 고정석이 없어졌으며
이렇게 해도 대부분 주빈을 중심으로 서로 양보하면서 아무 문제없이 앉게 되었다.
그리고 식사, 축사, 격려사, 답사 등등으로 진행하던 식순도 줄였고,
내빈 소개도 이름만 나열하거나 생략할 때도 많아져 원만하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예수님은 2천년 전에 자리 싸움을 하지 말라고 이미 말했었다.
"너희는 높아지려고 하면 낮아지고 낮아지려고 하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야 겨우 이 말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야외 행사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러나 가리개 천막이 없어 음식물들이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고 있어 상하지 않을가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좋은 행사를 한다고 해도 음식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다면 안하는 것만도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 주최측에서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식사를 하지 않았다.
경로잔치에는 꼭 등장하는 패턴이 있다.
어린이와 사물놀이패가 그 들이다.
어린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가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노래도 부른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미래라고 한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이 사회를 이끌다가 다시 이 자리에 앉을 때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오늘 방명록에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 중문지역의 안녕을 위하여"라고 썼다.
그리고 꽃을 달고 말석이나마 내빈용 좌석에 앉아 경로잔치 행사에 참석했다.
내가 낮아지려고 제일 뒷 좌석에 앉으니 주최측에서 자꾸 앞좌석에 앉으라면서 이끌어 갔다.
정말 그렇다.
자기 스스로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 버리면 높아 질 수 밖에 없으나,
가장 높은 자리에 잘 못 앉으면 결국은 낮은 자리로 쫒겨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 41회 어버이날을 맞으면서
중문지역 어르신들이 건강과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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