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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신우회

제주경찰 가톨릭신우회에 얽힌 이야기

by 나그네 길 2013. 9. 13.

언제부터인가

사무실 내 책상위에 항상 배치해 두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그 동안 몇 번에 걸친 인사이동에도 꾸준히 내 책상을 지키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책상에 가족 사진을 놓아 두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나는 제주경찰가톨릭신우회 창립 총회 사진을 비치해 두고 있다. 

 

이것은 제주경찰 가톨릭신우회로 인하여  

가정과 교회와 직장 생활에 있어 활력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9월 10일은

제주경찰 가톨릭신우회 창립 5주년이 되는 날이다.

 

경찰 가톨릭신우회는

2008. 9.10일 서귀포경찰서에서 경찰관 신자 15명이 모여 창립한 이후,

현재 제주지방청과 3개 경찰서 및 경비단, 공항경찰대, 자치경찰로 확대 개편되면서 

7개 경찰기관에 경찰관 가톨릭신자 67명이 회원으로 등록 되어 있다. 

 

창립총회 당시 인적 구성을 보면

벌써 많은 시간이 흘러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 함께했던 경찰서장은 이미 지병으로 돌아 가셨으며,

어느 분은 총경으로 승진하여 미국 LA영사관에 근무를 하고 있고,

명예퇴직을 하신 분이 있는가 하면 전역한 의경은 연락이 끊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제주경찰신우회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내가 경찰에 입문한 1980년대 서귀포경찰서에 가톨릭신자는 단 2명 뿐이었다. 

 

당시 성령의 힘으로 신앙이 불타 오르던 시기였는데

경찰의 복음화를 위하여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교구장 김창열 주교님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경찰에 선교를 많이하여 경찰서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씀드렸다.

주교님께서는 "그 꿈이 꼭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말씀하셨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후,

2008년에 내꿈을 이를 시기가 무르익었다.

 

내가 승진을 하여 서귀포경찰서로 오면서 청문감사관의 보직을 받았으며,

경찰 신자도 20여명으로 늘어났을 뿐만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경찰서장이 부임했다.

 

먼저 신우회 창립과 경찰신부를 위촉하는 기본 로드맵을 만들고

본당 신부님과 교구청 신부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광주가톨릭대 송동림 레오 교수신부님께 자문을 받아

김창훈 다니엘 총대리 신부님을 면담하여 기본 계획을 보고드렸는데.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 보고를 하고 내락을 받게 되었다.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하여 한사람이 추진하기에는

제주경찰과 교구청 사이에 끼어 부딪히면서 힘에 부친 사연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직장과 교회로 부터 받았던 여러가지 시기와 의심과 수모들은 밝히지 않겠다. 

 

이렇게 창립총회까지 무려 6개월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서귀포경찰서에서 제주교구청에 경찰위촉 신부의 파견을 요청하였고 

 

강우일 주교님께서는

고승헌 마르코 신부를 제주경찰가톨릭신우회 지도신부로 인사발령하여

따라서 서귀포경찰서장은 마르코 신부님을 경찰신부로 위촉하게되었다.

 

드디어 2008. 9. 29(월) 18:00 서귀포경찰서 대강당에서 역사가 새로 쓰였다.

 

신우회원과 가족, 서귀포, 서귀복자, 중문성당 및 제주시지역 신자들 200여명이 참석하는

제주경찰 역사상 최초의 "경신위촉 및 가톨릭신우회 창립 감사 미사" 드리게 되면서 

마침내 나의 소박했던 꿈은 이루어지게 되었다.

 

 

가톨릭신우회 창립과 경신위촉으로

제주경찰에도 종교적인 균형을 맞출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제주경찰에는 수십년 전부터 경목(경찰목사)과 경승(경찰승려)을 운영하면서, 

각 경찰서 별로 경목과 경승이 여러명 위촉되어 다양한 종교활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가톨릭교회와는 인연이 없었는지 경신 위촉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가톨릭신우회의 창립을 계기로경신을 위촉하게 되면서 

경찰이 3대 종교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는 제주경찰 60년사에 역사적인 사건이며

또한 가톨릭제주교구 차원에서도

불모지 제주경찰에 선교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해 2008년12월에

서귀포경찰서 3층에 신우회의 보금자리 경신실을 마련하여 축복식을 가졌는데,

주교님께서도 경찰관서에 가톨릭신자를 위한 경신실을 운영하는 것에 대하여 만족해하셨다.

 

이러한 경찰신우회의 활동들이

제주교구 주보와 가톨릭신문을 통하여 널리 알려지면서

제주지방청을 비롯한 다른 경찰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신우회 창립 일년 후 2009. 9월 11일 

제주경찰은 물론 자치경찰까지 포함하는 제주경찰 신우회로 확대개편하였으며,

경찰신우회가 제주교구에 단위단체로 공식등록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신우회의 창립과 성장과정을 보면서 정말로 오묘한 신비를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제주경찰 조직에 비하면 아주 작은 존재,

그리고 제주교구의 여러 본당과 6만여명에 달하는 신자 중의 하나.

그런 나는 단지 꿈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 하나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신우회 설립과정에서

직장과 교회 안에서 부딪혔던 어렵고 힘들었던 여러 사안들,

그리고 내가 부족하고 힘들 때마다 누군가를 보내어 도와주신것들,

성령이 이끄심이 아니었다면 모든 것이 그렇게 잘 풀려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나의 힘과 노력이 아니고

오로지 주님의 뜻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음에 감사기도 드릴 뿐이다. 

 

 

신우회 창립 이후 5년 동안 여러 활동을 하였는데,

경찰청사를 신축하면 돼지머리를 올리고 고사를 하는 풍습이 변화되었으며,

 

경찰관서 축복식과 직장 소공동체 모임, 성탄츄리 점등, 백혈병어린이 돕기, 사랑나눔 행사,

전의경 신자 종교활동 돕기 및 경찰 예비자 입교와 세례식, 경찰관서 위문,

신우회 카페의 온라인 선교활동과  성경이어쓰기 등을 실천하면서 

제주경찰과 가톨릭교회 공동체에 확실한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나는 제주경찰 가톨릭 신우회를 내려 놓을 때가 되었다.

 

"가야할 때가 언제 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님의 시를 떠 오리며,

 

그 동안 신우회를 창립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열과 성을 다하여 기도하며 좋았거나 아쉬웠던 모든 기억들을 뒤로하고

나는 나의 품에서 그만 신우회를 떠나 보낼 때가 되었다.

 

모든 일은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하였다.

모든 회원들이 만류하고 한 번만 더 회장을 역임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버리고

나는 과감하게 신우회장직을 그만 두고 다른 직원으로 회장을 새로 선임하여 인계하였다

 

그리고, 그 동안 독점하다시피 운영해 오던 신우회카페 활동도 접으면서

아쉽지만 신우회에서 나의 자취를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강정해군기지 반대 문제로 제주경찰과 가톨릭교회 사이가 좀 껄끄러워 졌다.

 

지난 해 강정에 매일같이 동원되던 제주경찰은 현장에서 갖은 욕설을 당하는 이유가,  

가톨릭교회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면서

신우회 활동도 자연히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유를 아신 주교님께서는

성탄절을 맞아 우리 신우회에 200만원을 지원하시면서

강정 시위현장에서 가장 고생을 하고 있는 제주여경을 위문토록 하였다. 

 

제주경찰 여경들은 비록 단 한순간이지만 

강정현장에서 스포츠양말을 위문품으로 나누면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에 평화를 추구하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나는

애정이 듬뿍 담긴 제주경찰 가톨릭신우회의 발전을 위하여

기도하며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제주경찰가톨릭신우회 창립과 발전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강우일 주교님과 고승헌 지도신부님, 그리고 교구사제 및 수도자와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제주경찰 경찰관과 그 가족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제주경찰 가톨릭신우회장직을 인계하며....  오충윤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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