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오름 둘레길은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아름다운 숲속의 오솔길이라 걷기에 편하고
여러 종류 나무의 향을 마음껏 마실 수 있어서 더 좋다.
그런데 요즘 같은 가을의 초입에 또 하나 좋은게 있다.
돌오름을 중심으로 널려 있는 산딸나무 군락지를 만날 수 있고
산딸열매를 보고 줍고 만지고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지난 토요일(9.28일)
직원들과 함께 돌오름을 오르다 산딸 열매를 만났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제주어로 '틀'이라고 부렀던 열매로
잘 익은 것을 따 먹으면 약간 달콤하면서 향이 깊은 맛을 낸다.
하얀 산딸나무 꽃이 흐드러 질 때 돌오름에 가보지 못해
산딸나무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었다.
등반로 오솔길에 빨간 열매가 가득 떨어져 있어
그냥 줍기만 해도 비닐 봉지에 가득찼다.
낮은 산딸나무는 손만 내밀면 그냥 딸 수 있을 정도로
산딸이 많이 열려 있어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었다.
꽃을 찍을 수 없어 아래 꽃 사진은 다른데서 빌려왔다.
그러나 이 산딸열매로 인해
내 어릴적 향수를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다.
매년 가을 이만때 쯤이면
동네 아이들과 지내를 잡으러 들에 나갔다.
지내 한마리가 5원쯤 했을까,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보통은하루에 20여마리를 잡아서 팔면 약간이 용돈이 되었던것 같다.
그 때 마을목장으로 돌아다니다 쉴 때 만난 틀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틀을 맛있다는 생각에 그냥 정신없이 따먹다가
'새까시가 일기도 하였다.(혓바늘 돋았다)'
그 당시에는 달콤한 군것질감이 없어서 그랬는지
'틀'이 참 달고 맛있었다는 기억이 새록하다.
산딸나무는 키가커서 열매를 따기가 힘들다.
그러나 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열매만 해도 충분하다.
잘 익은 것은 그냥 먹어도 좋고 약간 딱딱한 열매는 효소를 담는데
설탕과 일대일 비율로 담아 효소를 만들기도 한다는데 보지는 못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변비나 소화불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요즘 산딸나무는 정원 조경수로도 인기이다.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빨간 열매도 예쁘게 맺으니 그런가 보다.
그러나 이 열매를 그냥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왜냐면 우리 어릴 때와는 달리
맛있는 과일들이 많아 산딸열매를 먹어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산딸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하여 일찍 낙엽이 진다.
빨간 열매가 떨어질 때쯤에는 잎파리들도 낙엽이 되어 부슬거린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후드둑 떨어지므로
나무를 흔들어서도 열매를 딸 수 있어 재밋다.
새 봄 5월에는 산딸나무의 예쁜 꽃을 보고 싶어 다시 돌오름을 올라야겠다.
돌오름으로 가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1100도로에 있는 2개의 코스가 좋다고 본다.
첫 째, 거린사슴 코스이다.
중문에서 서귀포자연휴양림 직전에 입구가 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5.6km를 왕복하는 코스인데 부담없이 즐길 만하다.
두번 째는 1100도로 표고밭 코스이다.
영실입구에서 제주시 쪽으로 500m쯤 가면 왼쪽에 입구가 있다.
이 코스를 이용할 때는
숲속에 파킹을 하고 약간 걸어들어가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표고밭이라는 나무 이정표를 따라 오른 쪽 길로 가면 된다.
물론 왼 쪽을 따라가도 돌오름은 갈 수가 있지만
표고밭 코스의 아기자기한 숲길을 따라 3.7km를 걸어 돌오름에 오르고
돌아 올 때는 오른 쪽 코스를 이용할 수 있어 더 좋다.
위 안내판에는 길이 표시가 안 되어 있지만
돌오름에서 한라산둘레길 코스를 이용하여 내려오다 보면 큰 길을 만나는데
그 길이 처음 표고밭 코스와 갈림길인 오른 쪽 코스와 이어져 있는 길이다.
그냥 길 따라 걸으면서 익어가는 가을을 느끼면 되는 부담없는 코스이다.
돌오름 정상에는 특별한 경치는 없지만
제주도 특유의오름에서 볼 수 있는 잡목 숲의 깊이는 충분히 좋다.
오름이 험하지 않아 부담이 없으면서도 힐링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만족스럽지 아니한가.
돌아오는 길에 서귀포칠십리축제장에 들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여러 분들과 반가움을 나누면서
지금은 빙떡이라 부르는 정기떡을 맛보면서 산딸나무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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