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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소나무의 재앙 재선충,

by 나그네 길 2013. 10. 14.

 요즘 제주의 소나무 오름들은 바알갛게 물들어 있다.

마치 가을단풍에 물든 것 같이 보이는 제주의 해송들은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이 공격으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올 가을 소나무 재선충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내년 4월까지 최대 20만그루의 소나무가 고사 될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주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위기감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제주의 오름과 들에는 울창한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데,

이 소나무들은 60년대 중반에 산림녹화 운동으로 심어져 자란 나무들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오름에는 대부분 나무들이 없는 민둥오름이었는데,

매년 봄이 되면 학교와 마을에 소나무 묘목을 나누어 주어 한 사람이 몇십본씩 심게하였다.

 

그리고 초여름에는 송충이 방재 작업에 국민학생들도 동원하였는데

1인당 송충이 다섯 마리를 잡아 검사를 받은 후에야 집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이렇게 마을에 있는 오름마다 심어진 소나무들은 

가뭄과 산불에도 살아남아 이제는 50년생이 넘는 울창한 산림으로 자라났는데,  

뜻하지 않게도 재선충이란 복병을 만나 모두 말라죽어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재선충[材線蟲, Bursaphelenchus xylophilus]이란?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는 재선충의 감염에 의해 소나무가 말라죽는 병이다.

 

재선충은 공생 관계에 있는 솔수염하늘소(수염치레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의 잎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하며

일단 감염되면 소나무가 100% 말라 죽기 때문에 일명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고 있다.

 

 

솔수염하늘소는 평균 수명이 45일 정도이며

 5~8월에 소나무 고사목 수피(樹皮) 속에 100여개의 알을 낳으면,

유충은 수피 밑의 형성층을 먹으며 성장한다.

 다 자란 유충은 다시 목질부 속에 굴을 뚫고 번데기가 된다.

 

이 번데기는 5~7월에 용화(蛹化)하는데,

이 때 고사목 조직 안에 흩어져 있던 재선충들이

번데기집 주위로 모여 솔수염하늘소의 몸 속으로 침입한다.

 

 

재선충의 크기는 0.6~1㎜로  크기가 작고 투명해 육안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실[絲]처럼 생긴 선충으로,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이동 거리는 짧게는 100m 안팎이지만, 태풍 등을 만나면 3㎞ 정도까지 가능하다.

 

소나무 재선충 방제가 어려운 이유는

 1㎜ 내외의 크기에 투명해서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데다

소나무 속에 유착돼 있어 겉에서 발견하기가 쉽기 않기 때문이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에는 1만 5000마리 정도의 재선충이 들어 있는데,

매개충이 소나무의 새로 나온 잎을 갉아 먹을 때 상처 부위 등을 통해 소나무에 감염된다.

 

감염된 재선충 1쌍은 20일 뒤면 20만 마리로 급속히 번식해 수액 이동 통로를 막고 나무 조직을 파괴한다.

염 6일 후부터 소나무는 잎이 아래로 처지고, 20일 뒤에는 잎이 시들기 시작하며,

30일 뒤에는 잎이 빠르게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말라 죽기 시작한다.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데, 그해에 90%, 이듬해에 10%가 죽는다.

대표적인 피해 수종은 적송과 해송이다.

.

 

이렇게 제주지역 소나무 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산림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난해 제주를 강타했던 태풍 '볼라벤'과

올해 2월 한파, 그리고 7~8월 가뭄에 의해 고사목이 늘어나면서 재선충이 확산됐다고 한다.

 

아직까지 재선충 자체를 박멸하는 방법은 없다.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4월 성충이 되기 전까지

소나무 고사목을 제거해야 하고 매개충의 확산 경로 차단을 위한 약제 살포가 있을 뿐이다. 

 

 

제주도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한발짝 늦은 대책을 세웠는데

제주 전지역에 소나무가 단풍처럼 빨갛게 물들어가는 9월 초에야 고사목을 제거하고 있다.

 

재선충은 1905년 일본에서 세계에서 처음 발견

전국으로 확산되어 현재 일본의 소나무는 전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이후 미국·프랑스·타이완·중국·홍콩 등으로 확산되었고,

한국에서도 1988년 10월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해 현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제주도 역시 소나무가 멸종위기에 놓였다.

산과 들은 온통 단풍이 들 듯이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제주도의 소나무 전부를 살리기는 이미 힘들어 졌으니

산천단 곰솔 등 주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주변의 소나무들을 베어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도 있었다. 

 

예전에 중국정부가 황산의 소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변 4km 이내의 모든 소나무 360만 그루를 베어내 대체 수림을 조성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일요일 서귀포 시내에서 소나무를 찾아 걸어 보았다. 

 

허니문하우스 절벽위에 소나무들은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정방폭포 절벽위 소나무와

소남머리에 자라는 수백년된 소나무들도 이상 없었으며

천지연 절벽위와 새섬의 소나무들도 싱싱해 있었다.

 

만약 여기 이 유명관광지의 소나무가 말라 죽어버린다면,

민둥바위 절벽에서 폭포가 떨어지고 엉성하고 허접한 잡목들만 어우러진

그러한 서귀포 해안가 풍경은 상상하기조차 싫어 졌다.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자연의 저주인가?

아니면 모세가 파라오에게 내렸던 열가지 재앙처럼

나무를 말라 죽여버리는 새로운 재앙의 시작인가?

 

이제 무엇을 하든 우리 제주민들에게는 소나무를 살려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일부 자료 사진들은 여러 언론사 보도자료이기에 표시하여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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