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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넉동배기(제주판 윷놀이)

by 나그네 길 2013. 11. 27.

제주도, 우리 동네에서는 윷놀이를 '넉동배기(넉둑배기)'라고 부른다.

아마도 말 '넉지(4개)'를 먼저 나는 내기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전통적으로 혼인이나 상가 등 큰일집에는 반드시 넉둑배기를 하는데,

이 때 약간의 돈을 걸어서 내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넉둑배기를 위해서는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멍석'과 '종지'(사기로 만든 작은 잔)이다.

그리고 윷은 보통 동백나무 작은 가지를 2cm쯤 잘라서 만든다.

 

소위 멍석윷이라고 부르는 넉둑배기는

종지에 윷을 넣어 멍석위에 던지면서 윷놀이를 하는데

제주의 특이한 넉둑배기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들은

마치 고스톱에서 사용하는 말처럼 처음 듣는 사람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넉둑배기는 4개의 말을 먼저나는 쪽이 이기는 게임으로

한 쪽에 2명씩 짝을 지어 약간의 돈을 내고 대결하게 된다.

 

이 때 주변에 구경꾼들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쪽으로 '부침탁'(내기 돈을 추가하는것)을 하다보면

한 사람이 2만원 상당만 걸어도 많을 경우 수십만원이 넘기도 한다.

 

4개의 말은 보통 돌과 병뚜껑을 이용하여 구분하고

 '고리'라고 부르는 심판이 윷을 보면서 말을 써주고

이긴 쪽에서 고리(수고료, 1만원)를 받는다. 

 

 

어떤 경우에는 넉둑배기 판이 커져 거이 도박수준으로 

많은 돈이 오가게 되면서 112도박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가나 잔칫집의  넉둑배기는 사회적 풍습으로 용인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넉둑배기를 하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상가에는 슬프고 침울함을 해소해주며

즐겁고 들 뜬 잔치집과도 잘 어우러진다.

 

  

넉둑배기에서 부침탁을 한 사람은 훈수를 둘 수 있는데

넉둑배기에만 사용하는 여러가지 단어들을 모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조차 없다.

 

넉둑배기에는 던지는 기술이 필요하다.

멍석윷의 고수들은 모를 내고 싶으면 30% 이상 성공확률이 있으나

 

나 같은 사람은 종지 잡기가 서툴어 윷놀기가 힘들어

다른 선수들에게 부침탁을 하는데 거이 이겨보지 못하였다.

 

 

넉둑배기에서 이긴팀은

상대쪽에서 판돈 만큼 돈을 추가하면서 다구리(재도전) 하겠다고 하면 받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세다구리(처음낸 돈의 4배) 부터는 대결을 안 받아주어도 된다.

 

잘 안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네다구리를 하게되면

처음 낸 돈의 여덟 배가 오고 가는데 100만원 단위가 넘는 도박 수준이 된다.

 

 

넉둑배기 할 때 쓰는 말들은 내가 들어보아도 독특하다

 도,개,걸,윷,모는 ~~토, 캐, 걸, 숯, 모라고 약간은 거칠게 발음한다.

 

그리고 우리동네 넉둑배기에는 관례적으로 일정한 법칙이 있다.

- 산모눈숯 : 윷이 가로로 섰을 때에는 업어져 있는 것으로,

             세로로 섰을 때에는 누워있는 것으로 본다.

- 서면 먹는다 : 윷이 세로로 서면 그 판은 그대로 이기는 것이다.

- 타면 낙 : 선을 타거나 멍석 끝에 얹져 있으면 '낙'으로 무효가 된다.,

 

 

맨처음에 '도'가 나오면 '이길 토'라고 하고,

모를 한번 나면 '한사리'그리고 두번 나면 '두사리'라 하며,

말은 '지'라고 하고 ~혼지, 두지, 석지, 넉지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특이한 단어들이 있는데,

"게석, 밸루다, 때리다, 휘어라, 업어, 단캐방, 여롬(모, 윷), 곱타기, 박아야" ~~ 등등 한이 없다.

 

어느 마을에나 넉둑배기 선수들이 있는데

승률이 아무리 높아도 돈을 땃다는 말을 들어 보지는 않았다. 

 

결국 넉둑배기도 승하면 돈을 따게되는 사행성 놀이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오랜 기간동안 큰일집의 관행으로 굳어져 왔기에

오히려 이를 찾아다니며 넉둑배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오일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행성 윷놀이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대하여는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여

미풍양속을 헤치는 행위로 엄중한 처벌을 해야할 것이다.

 

예전에 어느 동네에 넉둑배기가 심하다는 여론이 있어

현장에 출동하여 단속하여 멍석을 증거물로 압수하였고

 

두 명이 멍석을 둘러매고 파출소까지 500여미터를 걸어 갔다는데

그 장면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훈방 처리)

 

이 제주의 넉둑배기도

젊은 세대들은 모르니 아마 점차 사라져갈 풍습인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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