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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이발소의 추억 - 사양업종

by 나그네 길 2016. 9. 16.

나는 아직도 이발소 세대이다.


남성들도 미용실 커트가 대세인데도

어릴적 풋풋한 비누냄새와 연탄불에서 수건을 말리는 풍경과

바리깡으로 까까머리를 밀어대었던 추억이 있었는지 모른다.

 


대부분 남자들은 명절을 맞을때면 머리를 깍는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 찾은 이발소는 만원사례!

두시간 정도는 기다려야할 듯 손님들이 밀려 있는 것을 보면서

이발소 세대가 아직도 여럿 남아 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발소는 사양업종이다.


서귀포시내 인구 8만여명인데 비하여 이발소는 15여개소 뿐

농촌 읍,면 지역에는 이발소가 없는 마을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현존하는 이발소들도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오래된 업소들이다.

 


이용원 또는 이발관이라고 부르는 이발소에서는

이발과 면도외에도 가르마를 고정하는 '고대'와 '포마드' 머리기름을 듬뿍 발랐고,

동네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사랑방으로 이용되곤했다.


이발소에 가면 커다란 라디오와 신문을 볼 수 있었고

이발소 그림으로 통칭되는 풍경화 액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래전 농촌마을 곳곳에는 반드시 이발소가 있었으며

하얀까운을 입고 멋있는 머리를 한 이발사들은 동네 처녀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새로 이발을 배우는 젊은이들이 없어졌으며

이발사들은 5~6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양업종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발소가 사양업종인 가장 큰 이유에는 퇴폐이발소가 한몫을 했다.

서귀포에도 면도사 아가씨들을 고용하여 음란행위를 조장했던 이발소들이 몇개소 있었다. 

그 퇴폐 이발소들은 미성년자 출입금지로 

남자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미용실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잠재적인 이발 고객 남자어린이들을 모두 미장원으로 가도록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한동안 성업을 하던 퇴폐이발소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폐업을 하였고

일반 이발소들조차 부인들이 싫어하면서 자연 출입을 기피하는 업종이 되어버렸다.



서귀포에 퇴폐이발소가 사라진지 오래이다.

그러나 어릴적에 한 번 미용실로 가버린 남자 고객들은 다시는 이발소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와 같은 어릴적부터 이발을 했던 세대들만 이발소를 찾는다.



바리깡, 가위, 머리빗, 커트가위, 솔, 면도기, 염색약  등등

그리고 바닥에는 머리칼이 폴폴 날리는 야간은 지저분한 이발소이지만


그래도 나는 두 세번 가보았던 미용실보다는 이발소가 편하다.



오래된 이발소들은

위생과 환경정리도 현대식 미용실보다는 못하다



이발소에는 고객 서비스를 위한 시설 리모델링은 전혀 안 되어 있으며,

대기의자, 사용하는 수건, 머리칼의 처리 방법, 휴게용 의자들은 아직도 60년대 수준이다.



무언가 약간은 모자란듯한 세면대이지만

그래도 이발사가 비누로 감겨주는 머리는 시원한 느낌은 준다.


이런 이발소가 아니면 누가 내 머리를 감겨주겠는가?

 


서울 대학로에서 이발소를 주제로한 연극 "삼봉이발소"가 앵콜 공연되고 있으니

신세대 남자들에게 이발소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이발을 해야한다.

이 말은 이발소에 대한 잠재적인 고객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누군가 이발소를 새롭게 혁신하여 젊은이들을 고객으로 돌아오게 만든다면

이 보다 더 유망한 직종과 직업군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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