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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올드카의 추억- 트럭을 타고 시집간다.

by 나그네 길 2016. 11. 28.

지난 주말 고향 위미리에 갔다가 오래된 '각그랜져'를 만났다. 


내 조카 자동차 마니아가 최근 구입한 차인데

1990년산 26년이 넘어가는데도 운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며,

마치 초원을 어슬렁 거리는 늙은 숫사자처럼 아직까지도 포스가 넘치고 있다. 



성냥곽을 닮았다면서 '곽그랜져'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이 차는

수입차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국내 최고의 대형차로 富의 상징이었다.


유류파동 당시에는

 "100원 동전을 뿌리고 다닌다." 고 말할 정도로 운행비도 많이 들어

우리와 같은 공무원들은 꿈에도 타보지 못하였던 올드카를 보면서

어린시절 자동차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1960년대 제주에서는 아래 사진의 제무시(GMC) 트럭을 타고  결혼식을 했다면 믿겠는가.


결혼식날 아침에 신랑측에서 신부집으로 트럭을 타고 간다.

신부측에서는 짐칸에 '단스(장롱)' '이불' '살림가구' 등을 가득 채우고,

검정양복 신랑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트럭 운전석에 앉아 신랑댁으로 간다. 


신부측 부모와 일가 친척들도 트럭의 짐칸에 타고 함께 갔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일이다.

 

<제무시 트럭 : 추억으로 가는 사진 블로그에서>


당시 결혼식은 사모관대 신랑은 말, 쪽두리 한복 신부는 가마를 타던 '구식결혼식'과 

양복과 면사포에 드레스를 입고 트럭을 타고 가는 '신식 결혼식'이 병존 했었다.  


그러나 얼마 없어 민속 결혼식은 사라졌고 트럭 결혼식도 시발택시로 바뀌었으니

가마 타는 신부는 한 번, 트럭 결혼식은 세 번쯤 보았던 기억이 전부이긴 하다. 


<시발택시>


국민학교 시절에 미국에는 집집마다 자동차가 1대씩 있다는 말은

아라비아에서는 물이 기름보다 더 비싸다는 말처럼 믿지 못하였다.

그랬던 자동차가 올 10월말 현재 제주도에 348181대, 

이는 도민 1인당 0.53대로 전국평균 0.42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는 포니차를 타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였고,

처음 자가용으로 현대 엑셀을 구입하고서는 너무도 흐뭇해 하였던

자동차를 처음 알았던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동차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는 올드카라고 할 만한 차가 별로 없으며

특히 제주에서는 1990년산 곽그랜져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오래된 자동차들은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 인간들에게도 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을 존경해주는 세태가 필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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