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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5.16도로' 명칭 논란

by 나그네 길 2016. 12. 17.

제주에서 한라산을 남북으로 연결시키는 길을 '5.16도로'라고 부른다.


제주시 산천단에서 서귀포시 비석거리까지 약41km를 말하는데,

한라산을 처음 관통하는 도로여서 '제1횡단도로'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5.16도로는 '숲터널'과 '성판악' 그리고 '고수목마'와 '한라생태숲' 등

전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명성을 얻는 길이기도 하다.


<'숲터널'의 봄 - 안개>


그러나 5.16도로는 도로명에서 보듯 광풍의 시절 '최순실 게이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된 어설픈 여자 박근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부정해야만 하는 최근의 세태는 

아마도 중세시대 마녀사냥이 이러했을 것이라는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광풍(狂風) 폭력에 의하여 5.16도로 표지석까지 훼손되는 수난을 받았다. 

 

<사진 : 제주의 소리에서>


5.16도로에는 산천단과 토평동산에 두 개의 표지석이 있는데,

그 중에서 산천단에 있는 도로 표지석이 빨간 페인트로 훼손된 것이다. 

 

<위는 제주시 산천단, 아래는 서귀포 토평동산에 있는 5.16도로 표지석>

 

민주사회는 어떠한 폭력도 부정한다.

 

그래서 2백만명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강제 하야 시키지 않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5.16도로가 싫다면 정당한 절차와 논의를 거쳐 명칭을 바꾸고 철거해야 맞다.


 

최근 서귀포신문에서 SNS를 통한 여론조사를 했는데

제주도민 87.3%가 5.16도로 명칭 변경을 원했다.

 

그렇다면 이제 도의회나 행정기관에서 논의를 거쳐야 할 문제이지

5.16도로 표지석에 빨간 페인트를 칠하는 무식한 행동을 할 때가 아니다. 


<'숲터널의 여름' - 녹음>

 

조선조 500년 대부분의 왕들은 민초와 백성들을 수탈했던 독재왕조이다.

그렇다고 그 독재왕들의 무덤을 훼손하는 단죄를 해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 지도자들이 독재자이든 부정부패자이든 폭력으로 처단해서는 안된다.

 

아마 이런 페인트 공격자가 지도자가 된다면,

자기 마음에 안들면 폭력을 행사하는 더 악독한 독재자가 되었을 것이다.

 

<숲터널의 가을 - 단풍>

 

5.16도로는 군사정부 시절에 어느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진 길이 아니다.


한라산을 남북으로 잇는 도로는 조선시대에 말을 타고 다니던 오솔길이 있었다.

그리고 이미 일제시대인 1932년 즈음에 산도가 개설돼 인력과 물자를 옮기는 것이 가능했었다고 한다.

 

이 5.16도로의 개통은 5시간이 걸리던 제주시-서귀포 이동시간을

한시간으로 단축시켜 제주도 발전에 기여해준 획기적인 군사정부 사업이었다. 

 

<숲터널의 겨울 - 눈꽃>

 

군사정부에서 5.16도로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던 어승생수원지와 1100도로 건설공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체포된 510명이 폭력배들이 국토건설단이라는 이름으로 투입되기도 하였다.


아무튼 내가 처음으로 아스팔트 도로를 보았던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봄소풍 때 5.16도로였다. 

그리고 국토건설단에서 깡패들이 도망쳤다며 무서워했던 때도 이 시절이었다.

<5.16도로와 고수목마 목장>

 

건설초기엔 5.16도로가 유료도로였는데,

1982년까지 고수목마 목장 입구쪽 도로에 있었던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징수하였다.

 

그리고 5.16도로 중간 성판악에 휴게소가 만들어 졌고

성판악코스가 개발되면서 한라산 등반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성판악휴게소>

 

5.16도로는 원시림 지역을 통과하는 아름다운 도로이나

급작스런 기후변화로 인한 짙은 안개와 겨울철 빙판으로 운전하기 힘든 길이기도 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5.16도로는 제주 발전에 크게 기여한 길이다.

 

그리고 '이은상' 시인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5.16도로 숲터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고,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최고위에 거론되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제 5.16도로에 대한 명칭 논란이 확산되어 도로명이 바뀔것 같다.

그러나 도로명이 무엇으로 변하든 5.16도로에 대한 역사들은 잘 기록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 토평 동산에 있는 도로명 표지석을 사진으로 찍어 포스팅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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