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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감저빽대기(절간 고구마)의 추억

by 나그네 길 2017. 12. 23.

1960년대 제주는 지금보다 더 추웠다.

겨울이 되면 차가운 칼바람과 함께 눈도 많이 내렸던것 같다.

 

이런 겨울철 기억에 남는 음식은 어린 시절에 먹었던 '감저빽대기'를 떠올리게 된다.

 

 

 

  <사진 네이버블로그 ㄴㅇㄹ >

  

너나없이 가난했던 시절,

제주에서 고구마는 참으로 긴요한 식량이었다.

 

 생으로 깍아 먹고, 삶아먹고, 햇볕에 말려먹고, 주정(酒酊) 원료로 팔 수 있었으니

제주의 농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농산물은 드물었다.

 

 

 

<사진 엔돌핀 블러그에서>

 

예전부터 '고구마'는 제주인의 주식이었으며 '감저'라고 불렀다.

 

제주는 물이 없고 땅이 척박하여 봄에는 보리, 가을은 고구마를 수확했는데,

겨울이 되면 보리쌀이 모자라 고구마를 주식이 될 수 밖에 없얶다.

 

고구마는 5월 보리 그루터에 심었다가 11월에 수확했다.

 

생고구마는 대부분 마대에 담아 '감저공장(전분공장)'에 팔아야 돈이 된다.

그리고 씨앗용 생고구마와 먹을 것은 땅을 파서 '감저구뎅이'를  만들어 짚으로 덮었다.

 

 

<이하 사진 제주도 사진집>

 

그리고 생고구마는 썰어서 '감저빽대기(절간고구마)'를 만들기도 한다.

 

손으로 돌리는 감저기계에 고구마를 넣으면 넓적하게 썰어져서 나오는데,

한 5일쯤 지나면 딱딱하게 잘 마르기에 '빽대기'라 불렀던것 같다.

 

 

 

감저빽대기를 널어놓으면 햇볕에 잘 마르면서 하얗게 된다.

 

마르는 동안 비가 오면 곰팡이가 피면서 썩어버리기 때문에

좋은 빽대기는 날씨에 민감한데 다행히 제주의 가을에는 비가 거이 없다.

 

감저빽대기는 주정공장의 원료로 쓰기에 가마니에 넣어 판다.

이때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나기에 등급을 판정하는 농검 직원은 칙사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겨울철에 먹기 위하여 빽대기를 남겨두었다.

 

 

 

당시 절간(切干)고구마(감저빽대기)는 겨우내 없어선 안 될, 주식 같은 간식이었다.

 

빽대기는 고구마가 마르는 과정에서 당분이 발생해 그 자체로도 단 맛이 있는데,

설탕보다 더 달다는 감미료 '당원'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빽대기는 아주 달콤하다.

 

 

 

겨울에 제주 농촌사람들 식단은 아주 단순했다.

 

아침은 보리밥과 우영밭에서 뜯어 온 나물국에 자리젖,

점심은 '감저친거(삶은 고구마) 또는 삶은 빽대기'

저녁은 감저를 썰어 넣은 보리밥에 바다에서 잡은 '고매기국'이나 '어랭이 구이'

 

이제와 생각해보면 친환경 건강 식단임에 틀림이 없다. ㅎㅎ

 

 

<사진 예리니 블로그에서>

 

최근 우리 소공동체 모임에서 삶은 고구마를 별미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보리밥이나 맛이 없다고 기억하는 조밥도 이제는 귀하신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이제는 맛보기 힘든 감저빽대기의 추억을 떠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남부지구 혼인멘토모임(2017년 성탄절에)

 

 

오래전 제주의 농촌은

가난에 배 고팠지만 감저(고구마)가 있어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인간의 먹을 것을 자연에서 그대로 얻어 오는 건강한 식단, 

그래서 제주교구 '혼인멘토' 커리큘럼에 '생태계를 돌보는 성가정'을 배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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