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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제주평화순례대행진에서 경찰정보를 돌아본다.

by 나그네 길 2019. 9. 4.

올 해 틀낭학교 참여 프로그램에 제주평화순례대행진이 있었다.


그래서 천주교 제주교구 차원에서

강우일 주교님과 문창우 주교님 및 사제, 수도자, 신자 등 1천여명이 참가하여

제주의 생명 평화와 생태환경 보전을 기원하였다.

 


가장 더운 여름방학 기간 7월말~8월초에


며칠에 걸쳐 제주도를 한바퀴  걸어가는 이러한 형태의 평화순례는

오래 전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군사정권이 무너지면서 

학원가와 노조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요구 사항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시절,


제주도내 대학생들은 '탐라순례대행진'을 시작하였다.



당시 제주도내 3개 대학 학생 300여명이 참여하였으며

서귀포에서 동군과 서군으로 나누어 제주시 탑동에서 만나는 일정, 


제주도내 개발 민원현장과 4.3유적지 등 현장학습과 토론 형태로 이어졌었다.



이러한 탐라순례대행진은 정권차원에서 불편한 행사였다.


그래서 제주경찰에서는 3개 중대 정도 동원하여 기습시위에 대비하였고

정보형사와 수사, 대공형사들을 동원하여 순례일정을 추적하며 상황을 유지하였다.



당시에는 정보과에 학원 담당 형사가 몇 명 있을 정도로

대힉가 학생 동향과 행사 정보를 중요시하게 취급하였으므로

이러한 순례대행진은 여름철 치안유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정보형사들이 한 달전 쯤에 탐라순례대행진 일정을 입수하게 되면

제일 먼저 정보대책을 세우게 된다.


정보대책에는 상황 - 예상되는 문제점 - 대책 및 건의 순으로 작성 전파하면

경비부서에서 제일 먼저 경비대책 수립으로 진압부대를 동원하게 되고,

담당업무 별로 불법시위 주동자 수사, 대공용의자 및 수배자 검거대책 등이 수립된다.  



형사들은 고성능 카메라와 녹음기 등을 이용한 채증활동과 함께

일정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여 수시로 전파하고


전경 진압부대 수송 버스는 중간 거점지에서 돌발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탐라순례대행진 같은 행사도 당시 치안본부 정보국으로 직보되었으니,

경찰청 정보국에서는 매일 매일 얼마마한 상황정보가 입수되고 있는지 알만하다.


치안본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정보 중에서 중요한 것을 수합하여 청와대에 보고한다. 



이렇게 나는 현직에서 탐라순례 대행진에 대하여 감시하는 입장에 있었는데,

퇴직후에는 평화대행진을 함께 참여하고 있으니 세월의 변화가 참으로 대단하다.



당시 탐라순례대행진의 주요 구호는 4.3진상규명과 제주개발특별법 반대였다.


이러한 제주의 이슈들이 치안질서 유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었는데,

지금에 돌아보면 당시 젊은 학생들이 외친 구호가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자신과 공공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나의 눈높이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서서히 바뀌었는데,

아직도 공직자의 눈높이로 세상을 판단하는 퇴직자들을 볼 때 안스럽기도 하다.   



제주평화순례대행진에 3년째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주의 평화와 생태환경 보전을 위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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