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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성당 120년사

신축교안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

by 나그네 길 2020. 8. 13.

1901년 발생하였던 신축교안(이재수의 난)은 제주도민들 사이에 커다란 트라우마로 나타났다. 비록 천주교인과 민군들 사이에 대립으로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많은 교민희생자들은 바로 제주도민이었으며 피해자의 자손과 친지들이 살아있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후 100여년 동안 신축교안의 원인과 해석 그리고 삼의사 칭호에 대한 교회와 희생자의 자손들이 반발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빚어 왔었다. 신축교안 이후 다시 100년이 지나가면서 제주지역에서는 신축교안의 오래된 사회적 갈등을 화합으로 해결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신축교안 100주년을 맞은 2001년 12월 1일 중소기업센터 회의실에서 '천주교제주교구'와 '1901년 제주항쟁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제주도사연구회와 역사학연구소'가 공동주관한 '진실과 화해'를 주제로 '1901년 제주항쟁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리면서 역사의 진실을 찾고 대립에서 화해를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신축교안(이재수의 난)의 과정에서 피살된 자들은 대부분 교민들이었다. 교회 측에서는 대체로 57백명 정도가 피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당시 제주에 파견된 평리원 안종덕(安鍾悳) 검사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희생자의 숫자는 317(교민 309, 평민 8)으로 교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 이러한 교민 희생자 309명 중에서 연고가 없는 이들의 시신은 별도봉 하천에 방치되었다가, 조선 조정에서 내어 준 황사평에 연고 없는 28구의 유해를 모아 묻히게 되었으며, 후에 제주교구에서는 황사평 묘역을 성지로 조성하게된다.

 

2003. 11. 7일 천주교 제주교구를 대표한 총대리 허승조 신부와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 대표 김영훈은 신축교안 당시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교회와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하면서 다음과 같은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문에 서명하였고, 그 후 제주교구에서는 201610월 황사평 묘역을 중심으로 신축화해순례길을 개장하였다.

이 땅 제주의 선교초기 120년전에 일어났던 신축교안(이재수의 난)에 대하여 과거사를 청산하자며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일이다. 당시 희생자나 사건에 부화뇌동하였던 사람이나 모두가 변방의 가난한 땅 제주에서 힘든 삶을 살아갔던 우리의 이웃이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지난 사건을 돌아보아야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망은 내년 2021년,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이 사건의 시발지였던 하논성당터에 당시 희생한 영령들을 위로하는 '화해와 기념비'를 세우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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