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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남성리(南星里)와 노인성(老人星)

by 나그네 길 2021. 1. 27.

 

올겨울에는 남성리에 있는 칠십리시()공원을 자주 걷게 된다.

서귀포 도심지 내에 있는 이 공원에서는 눈 덮인 한라산을 만날 수 있는 멋진 포토존이 있다. 서귀포 주변에서 건축물과 전선에 방해받지 않고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정도 풍광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겨울철 남성리 칠십리시공원에서는 아주 희귀한 별인 남극(南極) 노인성(老人星)을 볼 수가 있다.

 

남극노인성은 카노푸스(Canopus)라고 부르며 지구와는 310광년 거리에 있다. 이 별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9월 하순부터 다음 해 4월 초까지 나타나는데 서귀포시 해안에서 이 별을 관측할 수가 있다고 한다.

 

예부터 제주도의 명승지를 뜻하는 영주 12경에 나오는 서진노성(西鎭老星)”은 서귀진성에서 노인성인 남극성을 보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속설을 반영한 4자성어이기도 하다.

 

서귀포의 오름 삼매봉 정상에는 노인성에 제사를 지냈던 남성대(南星臺)와 노인성을 바라보면서 시를 읊었던 남성정(南星亭)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 마을 이름을 남성리로 정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남성리 마을의 명칭과 관련하여 또 다른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500여 년 전에 하논분화구에 논농사를 짓기 위하여 분화구 남쪽을 허물어 호수의 물을 빼냈는데, 이때 호수에 살고 있던 물고기들이 남성리 마을까지 많이 흘러들었다. 그래서 물고기들이 달아난 마을이라는 뜻으로 주어동(走漁洞)”이라 부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서귀포에 살면서도 남극노인성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밝은 가로등 불빛 영향으로 별을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는 새벽녘에만 노인성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노인성을 보면 장수하는 것이라기보다 이 별을 한번 보기 위해서는 정말로 오래 살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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