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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에밀타케 은행나무 가지가 잘리다.

by 나그네 길 2021. 4. 22.

최근 우리 인간들은 무엇에 소중한 가치를 두는냐에 따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있었다. 

 

120년전 산남지역 최초 성당이었던 하논성당터에는 100년이 넘었을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고고히 서있다.

이 은행나무는 2014년 하논순례길이 조성되면서 순례자들 사이에서 '에밀 타케 은행나무"로 불리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며칠전 인근 감귤과수원 농가에서 이 은행나무의 가지를 1/3 정도 잘라버렸다.

은행나무의 그늘로 감귤이 잘 안 열린다는 이유였다.

오래된 커다란 나무의 그늘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으니 농가의 입장에도 당연히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이 은행나무는 100년이 넘도록 이 자리에서 자라온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하논성당 설립에 즈음하여 심어졌다고 알려졌고 신축교안(1901년 제주민란)에 교우들이 피해를 지켜보았으며, 일제시대 농림서를 거쳐 제주4.3 당시 하논마을이 모두 불타버릴때도 살아 남았다.

 

그리고 6.25전 쟁을 거치면서 피난민들과 만났으며 하논분화구에서 벼가 자라고 익기를 100여년을 지켜 본 나무였다. 그 동안 수십번의 태풍과 물난리와 가뭄도 견디어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키워왔다.

   

하논성당터 옆 과수원에 이 감귤나무가 심은지는 겨우 7~8년이 되었을것 같다.

감귤과수원을 확장할 때부터 이 은행나무 아래에는 그늘이 진다는 것을 보고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은행나무 그늘진 곳까지 감귤나무 4그루를 심은 것은 사람이 잘못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땅에서 살아갈 권리는 은행나무인가 감귤나무인가?

 

인간의 욕망은 이렇게 끝이 없다

100년도 더 살아온 은행나무 아래로 슬며시 들어와 겨우 몇 년을 살던 감귤나무가 "너의 그늘로 내가 힘드니 오래산 너는 그만 죽어 주어야겠다."고 팔을 잘라버리는 것 - 이것은 힘있는 인간이 오래산 주인을 쫒아내는 것과 같다.

 

어느날 이 사실을 확인하고 프랑스대사 준비 모임 탄체톡에 현장 상황을 올렸을 뿐인데 이상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내가 고의성이 없는 잘못도 아닌 사안에 대하여 누구에게 무엇을 변명하랴.

 

다행히 이 소식을 들은 여러 분야의 인사들이 아쉬워하면서 이 은행나무 보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100년도 넘게 자란 이 아름다운 은행나무는 10분도 안 걸려 사라지게될 것이다.

 

이번 사안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은 생산보다 파괴가 쉽고,관심보다는 무관심이 쉬우며, 칭찬보다는 비난이 더 쉽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 옳은가를 차분히 생각해보면서 하논성당터의 에밀타케 은행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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