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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에밀 타케의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

by 나그네 길 2021. 3. 24.

내가 어릴 적에는 동물들이 좋았다.

TV 타큐멘터리에서 야생의 약육강식을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식물을 좋아하게 변해갔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 식물들, 흙에서 싹이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식물의 한살이 과정은 참으로 신비롭게 다가왔다.

 

나는 식물을 잘 알지 못한다.

식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우려고 하여도 비슷한 종류가 많고 또 식물 학명은 더욱 어려워 포기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십여 년 전, 사제이자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 신부와의 만남은 나의 삶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2010년 하논성당터 발굴과 함께 하논순례길을 조성하면서 100년도 이전에 이 땅 제주에서 생태 영성으로 식물을 사랑했던 에밀 타케 신부의 식물 콜렉터의 여정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잠에서 깨어난 타케 신부에 대하여 순례자들에게 해설을 해주는 과정에서 생태 영성으로 나아가게 된다.

최근 타케 신부의 식물학적 업적에 대한 재평가가 천주교회는 물론이고 언론을 비롯한 제주 지역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에밀 타케 신부와 관련 지난 319일 서귀포문화사업회(회장 이석창)에서 주관하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서귀포문화사업회에서는 제주학과 가톨릭을 중요 콘텐츠로 성역화시키면서 한국 생물학의 성지를 조성하는 공론의 장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에서는 지금까지처럼 타케 신부의 업적을 연구하고 재조명하는 학술적인 행사가 아니라에밀 타케의 정원을 어떻게 만들까.”를 발표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었다.

 

식물학자를 기념하는 정원은 스웨덴의 린네 정원과 클루사우스 및 본 시볼드 정원 그리고 일본 마키노 식물원 등 4개소가 있으며(자료 사진 이석창), 우리 제주에 이와 어울리는 에밀 타케 정원을 만드는 것은 정말로 뜻 깊은 일이다. 

 

나는 이번 포럼을 주관하고 있는 서귀포문화사업회에 관심을 두고 이 사업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석창 회장을 만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업회 창립 후 20년 이상 문화와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이 회장의 걸어온길을 둘러보면서 우리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실천해온 그의 발자취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는 2000년 소남머리 생태계 복원 촉구를 시작으로 문섬 생태계 훼손 반대, 서귀포 워터프론트 개발 반대, 이중섭 거리 조경과 칠십리시공원 노래비, 걸매공원 왕벚나무 식재 등 생태 환경 보호 활동에 앞장서 왔다

 

그리고 이석창 회장은 제주학의 선구자 나비박사 석주명 기념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서귀포 봄맞이 축제를 주관해 오면서 황근 등 제주의 자생지 복원 활동을 이어왔다.

 

이러한 ()서귀포문화사업회에서 그동안 구상으로만 맴돌았던 제주 식물을 주제로 하는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 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시동을 걸었다.

이는 기후변화와 생태 환경을 화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식물을 매개로 가장 시의적절한 공공사업이며, 미래를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하여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 인간에게 식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은 죽어도 자연은 살아있지만, 식물이 죽으면 인간과 모든 동물은 죽는다.

 

그래서 식물은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요소였기에, 태초에 하느님께서 천지창조를 하시면서 인간과 동물보다 먼저 식물을 셋째 날에 창조하신 이유가 그렇게 있는 것 같다.

 

제주의 환경과 자연 그리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동안 우리가 꿈꾸어 왔던 에밀 타케의 정원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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