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선가 '숲세권'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도심에 교통이 편리한 전철역 주변 '역세권' 부동산이 좋다는 말과 대비하면 될듯하다.
아파트 주변에 언제나 걸을 수 있는 숲이 있다면 건강 관리에 좋은 것은 틀림이 없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열흘간 아들네 집에 머무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손녀 노엘라와 노는 것이었다.
세 살 반 손녀와 소꿉놀이 재미는 아마도 모든 할아버지의 로망일 것이다.

그다음은 머무르는 내내 숲세권 힐링의 신선함을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제주에 사는 사람이 나무숲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서귀포 우리 집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바다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제주의 바닷가 도로는 온통 시멘트 길로 덮여 있다. 그리고 해안도로를 지나는 자동차 매연과 강렬한 햇빛은 우리 나이에 그냥 걷기에는 좋지 않았다.

도심의 숲길은 서귀포의 바닷가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이었다.
아침 6시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 바로 북한산까지 이어진다는 작은 숲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풋풋한 흙내음이 풍기는 숲길은 이름 모를 작은 교목들로 가득하고 아침 먹거리를 찾는 새들이 노래가 상쾌하다.



아무도 없는 숲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더 좋다.
설마 바이러스가 숲속에 숨어서 인간을 공격하지는 않겠지


작은 구릉과 이어지는 오솔길은 오로지 흙길이다.
생각해 보면 최근에 순수한 흙길을 걸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의 오름길도 이제는 매트가 깔려 있기에 오히려 서울 아들네 집에 와서 흙길을 걸을 수 있음은 아이러니하다.

열흘 동안 매일 아침 왕복 3시간,
버즈 라이브로 음악을 들으며 숲길을 걸을 수 있음은 행복이다.
그래서 역세권에 대비하는 숲세권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이제 노년의 길로 접어드는 우리에게는 이러한 숲세권 주거환경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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