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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사라져 가는 일반 전화기

by 나그네 길 2021. 6. 22.

최근 궂은 비 내리던 날, 어느 페친(Facebook Friend)이 통기타 연주로 낭만 가수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를 열정적으로 부르는 동영상을 보았다.

울적한 날씨에 어울리게 모처럼 감성에 젖어 그 노래 가사를 찾아 유튜브로 들으면서 옛날식 다방을 떠 올려보기도 하고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주변에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 일상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아쉬운 것은 이발소였다. 미용실에 밀려버린 이발소가 이제 서귀포에 몇 개 안 남아서 1당에 한 번 이발할 때는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나처럼 이발소 세대는 미용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불편함이 없음에도 섭섭하게 사라져 버린 것도 있다.

지난주 35여 년을 함께 살아왔던 KT(한국통신) 일반 전화 사용을 해제해 버렸다. 몇 년 동안 거의 전화벨이 울리지 않아 여론 조사기관의 ARS 통화 외에는 개인적인 통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개인 휴대전화 스마트폰 시대에 아직도 일반 전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화 요금이 몇천 원 수준으로 부담도 없고 괜히 전화번호(T.064-702-6782)에 대한 소유 의식이 있어 그냥 간직해 왔었다.

 

돌아보면 이 전화기를 개통할 당시에는 전신전화국에 보증금을 내고 채권까지 사고 신청한 후에도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은 주인집 전화를 함께 사용하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렸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전화국에 아는 사람을 동원하여 겨우 이 전화번호를 받아 신혼 방에 전화기를 자랑스럽게 놓을 수 있었다.

 

이제는 10년도 더 넘은 낡은 전화기에서 칙칙 잡음 소리로 통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화 기능이 상실되어 버렸기에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족 단톡방에 KT 전화 해제에 대하여 알려 주었더니 아이들 역시 약간은 섭섭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렇게 일상에서 낡은 것은 도태되고 새로운 것은 살아남는다.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고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있듯, 우리의 인생사에도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제 와 PPT를 만들고 동영상 편집을 배우며 여기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현시대와 함께 살아가는 방편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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