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요리해 드릴까요?"
"오~~ 그래!!! 우리 노엘라 요리 솜씨 좀 볼까?"
세살 반 서현이는 식칼로 토마토를 자르고 조리대에서 오이를 씻어 팬에 넣고 요리를 시작했다.
조리용 장갑을 끼더니 렌지에서 음식을 꺼내 한 상 차리고 말했다.
"할아버지! 뜨거우니까, 천천히드세요!"
나는 오늘 저녁 처음으로 사랑스런 손녀가 정성스레 차려준 저녁상을 받았다.
이렇게 귀염둥이 손녀를 1년만에 만났다.
서울에 사는 아들네를 만날수 있는 날은 일년에 두어번, 명절과 여름휴가 기간이었다.
코로나라는 이유로 명절에도 가족간 왕래를 금지 시켜버리는 방역 지침에 이제는 지쳐가기에
시청에서 시행하던 기간제근로가 종료되자 바로 서울행 항공기를 타게 되었다.
지난해 이때쯤, 아파트 이사할 때 찾아본 후 1년이 지났으니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를 얼굴을 잊어 어색해할 만도 하지만 피붙이는 알아보는지 그냥 좋아하며 반겨준다.
아들네 집에서 열흘간 머물렀다.
혹자들은 대단한 시아버지라며 놀라워하기도 했지만,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기만 했다.
다섯 살배기 이 나이쯤에 할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서현이가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교부터는 학원이나 친구들 만나면서 나이 먹은 할애비와는 함께 놀아 줄 시간도 없을게다.
그러나 지금은 손녀가 있어 행복하다.
스스럼없이 다가와 책을 읽어 달라고 하고, 색칠 놀이로 시간을 보내며, 손잡고 외출할 수 있고, 회전목마와 그네를 타며 동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성탄절에 태어나 ‘노엘라’라는 세례명으로 축복을 주었던 예쁜 손녀 서현이!
어느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정도로 자라서 할아버지와 소꿉놀이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마지막 날에는 손녀 서연이와 방패연을 날렸다.
어느새 나는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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