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틀낭학교에서 에밀 타케 식물 이야기에 대한 강의를 마쳤다.
비대면 줌(ZOOM)을 이용한 강의였지만 연속 2시간을 강의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당에서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와 달리 온라인 강의는 종료와 동시에 청중들의 감상평이 댓글을 통하여 적시되기에 수강자의 반응에 대하여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줌 강의를 들은 200여명의 수강자 중에서 많은 분들이 호의적인 댓글 반응과 함께 수강자료 요청하고 있어, 강의 준비 기간동안 힘들었던 사연들을 잊어 버릴 수 있음에 보람을 느꼈다.
틀낭학교는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실시하는 생태환경운동가 양성과정으로 지난 9월부터 매주 월요일 2시간씩 12강이 이어지고 있다. 강의 내용은 생태환경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기후와 환경 그리고 제주의 물과 해양, 동굴과 한라산, 그리고 식물과 먹거리 등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제주교구내 27개 본당에서 사제, 수도자 신자 등 210여명이 수강자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제1기 강의에는 '하논분화구 생태환경 보존 활동'에 대하여 강의를 했었는데,
이번 제3기에는 사제이자 식물학자로 제주의 자연 가치를 빛낸 에밀 타케 신부의 식물 이야기를 내용으로 강의하였는데, 예상보다 더 좋은 평을 받아 뿌듯한 마음이었다.
식물학자로서 타케신부의 업적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1908년 4월 14일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표본을 독일 베를린 대학의 쾨네(Koehne) 박사에게 보내 제주도가 세계 유일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식물학계에 처음 밝혔다.
둘째, 1907년,1909년 한라산에서 최초 채집한 구상나무가 식물학자 윌슨(Wilson)에 의하여 제주 특산종으로 명명되어 크리스마스 트리로 활용되는 등 제주식물의 가치를 높혔다.
셋째, 1911년 일본에서 온주밀감나무 14그루를 도입하여 홍로성당에 심고 농가에 분양해 주면서 제주도 감귤산업의 시초가 되었다.
그리고,에밀 타케 신부가 홍로성당을 이임할 때까지 10년간 채집한 식물표본은 1만여점으로 추산되는데 파리 자연사박물관(322점) 등 세계 여러 나라 식물원에 7,047점이 보관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 125점의 식물은 타케 신부가 처음 발견하여 학명에 taquetii(타케티)라는 발견자의 이름이 헌정되었다.
기후 위기를 맞은 오늘날 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오늘 100년 전 생태 영성의 길을 걸었던 어느 외국인 선교사의 식물 콜렉터 여정을 돌아 보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 당시 에밀 타케 신부보다 식물에 대한 영성적 상상력의 빈곤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초에 다른 피조물에비하여 먼저 창조되었던 식물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순한 식량으로서의 양식이 아니라,
기후 위기를 맞고 있는 공동의 집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가장 소중한 생명의 양식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식물의 보고라고 불리우는 우리 제주에는
아직도 개발의 광풍이 지속되고 있어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제 에밀 타케가 채집했던 한라산의 이름모를 야생초와 풀꽃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오래도록 간직하면서,
제주의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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