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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하논성지, 은행나무의 변화

by 나그네 길 2021. 12. 6.

하논성지에는 에밀 타케 은행나무가 있다.

올해도 이 은행나무는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몇 번의 거센 태풍을 이겨내면서 수 만 잎을 피워냈다. 

 

그러나 올 해는 이 은행나무에게 있어 인간의 욕심에 의해 가지가 잘려졌던 수난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원한이나 불평도 없이 고고히 제자리에서 노란 단풍을 피우고 순례자들을 맞이하였다.

 

11월 14일, 아직도 초록색이 짙다.

하논성지 은행나무는 매년 11월말이 되면 노랗게 물들어 절정을 이른다.

올 해는 지난 10월 틀낭학교에서 에밀 타케 은행나무에 대한 사연을 알게된 수강자들이 11월 15일 부터 12월 1일까지 거이 매일 하논성당터를 방문하면서 단톡방에 사진을 올려 주었기 은행잎이 물들고 낙엽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11월 17일, 약간 물들기 시작한다
11월 20일 단풍이 보인다.
11월 25일 노랗게 익었다.

 서귀포신문에서 하논성지 은행나무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http://www.seogwip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520 

 

천주교 120년 역사 증언할 나무인데, 톱으로 봉변 - 서귀포신문

여름에 초록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던 은행나무 잎들인데, 이젠 약한 바람에도 맥없이 떨어진다. 노란 잎이 제 난 곳에서 장렬하게 떨어지고 공중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풍경이란 이 계절에만 맛

www.seogwipo.co.kr

11월 28일 최고 절정기

사실 제주에서 은행잎이 이렇게 무성하게 잘 익은 노란 단풍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관찰해 본 결과 제주에 가을 태풍이 올라오면 대부분 바람에 낙엽이 되어 은행잎은 반쯤만 남아 있게 된다.

다행히 올 해는 9월 이후 태풍이 없어서 노랗게 익은 아름다운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11월 29일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11월 30일 지난 밤 비바람에 너무 빨리 낙엽이 졌다.

은행나무는 천년 이상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 있는 것으로, 최소 1100년은 넘었고 높이도 63m가 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키가 큰 은행나무로 인정을 받는다. 이 외에도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는 1,000살, 원주 문막의 은행나무도 1,000살, 금산 부석사의 은행나무 1,000살, 금산 행정동의 은행나무 1,000살, 괴산의 은행나무 1,000살 등 오래된 은행나무는 수두룩하다.

이와 비교해 볼 때, 하논성지의 에밀타케 은행나무는 100살이 넘었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12월 1일 나무보다 땅에 더 많은 잎을 뿌렸다.
12월 1일 낙엽은 다시 노란 꽃이 된다.

하논성지 에밀타케 은행나무는 이제 노란잎을 땅에다 뿌리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말 없이 때가 되면 잎을 피우고 낙엽이 지면서 묵묵히 계절을 받아들이는 단풍은 이렇게 땅에 떨어져도 노란색으로 다시 꽃이 되어 더욱 아름답기만 하다.

이처럼 내 인생의 여정에도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머물며, 교회력으로 새로운 해를 맞아 기다림의 시기인 대림 2주일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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