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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면형의 집, 에밀 타케 녹나무

by 나그네 길 2021. 11. 23.

서홍마을 사람들에게는 타케 신부와 관련된 이야기가 마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그 전래 중에는 이 면형의 집 녹나무를 타케 신부가 심었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 나무를 '에밀 타케 녹나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면형의 집은 원래 1902. 7월 에밀 타케 신부가 설립했던 홍로본당이 있었다.

이 성당은 1937년에 현재의 서귀포성당으로 이전하여 공소가 되었다가 한국복자수도원에서 피정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당시 건물들은 모두 사라졌으나 정원에 있는 이 우람한 녹나무는 여전히 살아 남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서홍동마을회에서는 마을에서 가장 뜻있고 아름다운 여덟곳을 지정하여 '서홍8경'으로 부르고 있다.

그 서홍 8경 중에는 에밀타케 신부와 관련된 곳이 무려 3개소가 있는데, 첫 째는 '감귤시원지'이며 둘 째는 하논성당이 있었던 '하논본화구'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면형의 집 녹나무인데 1910년대 타케 신부가 심었다고 전해 오고 있는 수령 250년된 보호수이다. 

 

<서홍8경 제5경 - 녹나무>

"천주교 복자수도원(현 면형의 집) 앞뜰에 한 그루의 거대한 녹나무(수고 16.5m, 흉고둘레 3.9m)가 멋있고 우람차게 서 있다. 1910년대 당시 복자수도원 엄다께 신부가 성당 건물을 짓고 정원을 만들 때 한라산 산록 야산지대에 자생하는 녹나무 중 관상이 좋은 수종을 선택하여 기념식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려 110년도 더 이전에 이 녹나무를 식수한 사실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녹나무를 서홍8경으로 지정하면서 에밀 타케 신부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므로 전혀 없는 사실을 꾸며낸 것은 아니다.

이렇게 서홍마을 사람들은 에밀 타케 신부가 홍로성당 선교사를 넘어 마을 사람들을 위한 감귤나무 도입 등 여러가지 도움을 주며 함께 살았던 외방인 신부로 기억하고 있다.

 

이 녹나무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나무의 주위를 온통 감싸며 사시사철 색깔을 달리하고 있는 기생식물 '석고'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홍학'과 '고란초'와 '콩난' 등 여러 기생식물과 함께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는 녹나무를 보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녹나무에는 다른 사연도 있다.

면형의 집은 6.25전쟁 때 서울에 있던 대신학교 학생들이 피난학교가 되기도 했었는데, 당시 신학생이었던 김수환 추기경 등 신학생들이 야간에 무장대의 습격 총소리를 듣고 이 녹나무에 올라가 피난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기도 한다.

 

홍로본당과 공소를 거쳐 복자회관과 면형의 집으로 100여년을 이어 오며 수 많은 애환을 들었을 이 녹나무가 최근에 에밀타케 신부와의 인연이 알려지면서 더욱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면형의 집 '에밀타케의 녹나무'는 250년이 넘도록 삼다도의 거센 바람과 온갖 풍상을 견디어 내면서 큰 뿌리를 내렸고, 모든 것을 품을 듯 하늘 향해 높이 벌린 무성한 나무가지는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주변에 있는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지나간 사연을 담다보면, 오늘 우리가 왜 자연과 함께 살고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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