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순례길 여행길

하논성지, 신축교안 '화해의 탑' 건립

by 나그네 길 2021. 10. 17.

2021.10.16(토) 14:00 가을비가 종일 내리는 가운데 하논성당터에서 신축 화해의 탑 제막식이 있었다. 

이 행사에는 천주교 측에서는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를 비롯하여 성직자, 수도자와 남부지구 성당 회장단 등 30여명과 신축항쟁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송재호 국회의원 등 대표단이 함께하였다.

 

이 화해의 탑은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당시 민군의 주둔지였으며 희생자들이 안장되어 있는 황사평 성지에 세운바 있으며, 오늘은 교안 발생의 원인지였던 하논성당터에 또 하나의 화해의 탑을 세우면서 교회는 신축교안의 원인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면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진정한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해의 탑

 

"이곳 하논 본당은 신축교안 전후 배경안에서 제주도민과의 충돌의 소용돌이에 있던 소중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다시금 과거 제주 역사안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우리의 성찰과 서로간의 참된 화해와

상생의 마음을 기억하며 화해의 탑을 여기 세웁니다."

2021년 10월 16일.

천주교 제주교구. 신축항쟁 120주년 기념사업회

 

개인적으로는 하논성당터에서 또 하나의 소망이 이루어진 더욱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하논성당터로 불리었는데 이제 화해의 탑이 세워지면서 공식적으로 '하논성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교구에서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 "하논성지 화해의 탑 제막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지난 해 교구장님께 하논에 화해의 탑을 세워주시기를 간청하여 이루어진 행사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것 같다.

 

10년전, 아무도 어디있는지 몰랐고,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없었던 하논성당터를

우연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걸어가 찾아내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할 은총과 감격으로 다가온다.

 

당시 첫 눈에 들어왔던 무성한 은행나무와 커다란 소나무 사이에서 초가성당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환상을 보면서 "아!!! 여기다. 한논본당터를 찾았다." 고 환호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기만 하다. 

 

그동안 하논성당 순례길을 조성하였고, 하논성당 안내 석판, 제주 자연석 돌제대 설치, 하논순례길 안내판과 스템프석 등을 제작 설치하였으나, 성지라고 부르기에는 무언가 모자라는 느낌이 있었다.

 

이제 신축교안 당시 희생자 민군 8명 교민 309명(하논성당 신자 216명)을 기억하며 그 원인을 성찰하고 제주도민과의 화해와 상생을 기원하는 화해의 탑이 세워지면서 진정한 하논성지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오늘 제막식에서 하논성지와 관련하여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기억들이 떠올랐다.

하논성당 복원과 에밀타케 신부와의 만남은 에밀타케순례길 명명으로 이어졌으며, 하논분화구 호수개발 반대 활동은 인천교구와 환경 협약식으로 맺어졌다.

그리고 하논분화구 안내센터 개관을 함께 하였고, 프랑스 대사를 비롯한 도내외 많은 순례자를 안내하면서 하논성지에서 이루어지는 제주의 생태 환경 보전 활동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오래된 교회 사적지를 발굴하여 하나의 성지로 조성한 곳은 여기 '하논성지'가 유일할 것이다.

2010년 가을 하논성당터를 처음 만난 이후, 하논성지 조성해 나가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영욕[榮辱]의 세월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떠한 시기와 배척이 있을지라도, 하논성지 처럼 결국 바른길로 더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 세상이 이치이다.

이제 제주교구 하논성지는 화해의 탑 건립과 함께 제주도민들이 사랑하는 천주교 성지로 정착해 나갈것으로 믿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