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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최후의 종이신문

by 나그네 길 2021. 12. 23.

올 해를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지게 되었다.

온라인 뉴스의 홍수 속에서도 최후까지 내 곁을 지켰던 종이신문은 주간 종교지 '가톨릭신문'이었는데, 연말을 기점으로 제주지사 운영이 폐지되면서 종이신문 배송을 그만하겠다는 연락이 있었다. 

 

이제와 돌아보니 반 백년 동안 우리 집으로 배달되었던 많은 종이신문들이 어느새 하나 둘 사라져갔다.   

 

내가 신문을 처음 접하기 시작한지는 한 갑자가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신문을 처음 접하기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에 입학하여 한글을 깨우칠때 부터였다.

당시 일간신문은 한자 혼용이었기에 어린이가 읽을 정도가 아니었지만, 집으로 배달되는 동아일보에는 '고바우 영감'이라는 4컷짜리 만화가 한글로 연재되고 있어 세태를 풍자하는 시사 만화를 보는 재미에 신문이 기다려지곤 했었다. 

 

그후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왕상한 지식욕으로 신문광고란까지 모두 섭렵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독해력과 이해력 그리고 작문까지 사실상 신문은 학교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집에서 신문을 받아보기 시작한 것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였다.

특히 경찰 정보 관련 부서에 근무할 때는 중앙지 조간 3개와 지방지 석간 2개 등 신문 5부까지 받아 보면서 거이 대부분 꼼꼼히 읽었던것 같다. 그 당시에는 첩보의 분석과 정보 판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소위 보수지와 좌익 신문을 모두 구독하면서 좌우편향적인 주장과 정치적 이해력을 기르기도 하였다.

 

2000년 이전에는 각급 행정기관이나 공사기업체에 방문해 보면 사무실마다 중앙지와 지방지 종이신문이 몇 부씩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관계자와의 면담하며 여론을 수집할 때에는 신문기사가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 등 신문을 매일 읽지 않고는 무언가에 현장감이 뒤떨어진 느낌을 갖게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예전에는 구독하고 난 신문지 처리에 곤란을 껵었던 적이 있었다.

매일 20여 장씩 쌓이는 신문지는 1달이 지나면 그 양이 장난이 아니다. 추운 겨울 밤에 모아 둔 신문지를 한 아름을 안고 쓰레기장을 찾아 갈때는 무겁고 귀찮기만 했다. 당시에는 폐휴지의 대부분을 신문지였으며 철지난 신문지는 연탄불 불쏘시개로 많이 사용하였던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종이신문은 저절로 사라져 갔었는데, 그 변곡점이 바로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리우는 스마트폰 시대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국언론재단 자료에 따르면 종이신문 구독률은 199387.8%였는데 2017년엔 16.7%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다고하니, 이미 여론을 주도할 수 있었던 언론으로서의 가치는 미약해져 버렸다.

 

단적인 예로 전철 승객들이 일상 변화를 살펴보면 가장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서울 경찰청에 출장을 갈 경우 김포공항에서 전철을 이용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좌석에 앉은 사람들 대부분이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전철 승객들 모두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을 뿐 종이신문은 찾아 볼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사진 : 철학숲 블러그

근래에 나는 어느 지방지 신문 독자위원으로 위촉 받아 종종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런 모임에서도 종이신문에 대한 위기론은 단골 토론 메뉴였지만, 독자층에게 다가서는 좋은 기사를 보도하자는 원론적인 방안 외에는 특별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였으며, 아직도 디지털 세상에 SNS 전파력에 대한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 모든 신문사마다 온라인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오프라인에서 종이신문의 몰락을 걱정하고 있다. 사실 지방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인 경우 친지들의 경조사를 알기 위해 신문을 받아 본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신문은 뉴스 전달로서의 매체가 아니라 경조사 알림판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진 : 사람과 산재 블러그

이제 종이신문은 신세대 인터넷 언론에 밀려 구세대로 몰락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신문(newspaper)에서 새소식(news)이 없어져 버린 종이신문이 디지털 세상의 뉴스 홍수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밀리지 않고 새소식을 알려 주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치 컬러 텔레비젼 시대로 바뀌면서 몰락해 버린 라디오 연속극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2022년 3월 대선을 앞 둔 정치의 시절을 맞아 우리나라의 타락한 언론의 현실을 보게 된다.

이는 종이신문 시대를 지나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온라인 뉴스에 의한 여론 조작을 보면서 어쩌면 종이신문 시대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 홍보로 일관하는 지상파 TV뉴스 시청자가 바닥을 치게 되면서 이제는 유튜브보다도 여론 주도 영향력이 없어 지듯이, 디지털 뉴스가 종이신문을 대체하는 시류는 다시 되돌릴 수 없을것 같다. 

 

올 연말을 기하여 마지막으로 배달되는 종이신문을 받아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종이신문에 대한 향수를 느낄만한 것들이 남아있기는 하다.

언제가부터 나의 관심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하여 보관하고 있다. 비록 이러한 스크랩 언론보도들은 인터넷 구굴링을 통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들이겠지만, 종이 신문지 자체에서 풍기는 고즈넉한 보도 기사를 그대로 잘라 모은 자료들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보관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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