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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한 장의 크리스마스카드

by 나그네 길 2021. 12. 30.

예전에 우리는 한 해가 넘어가는 시기인 12월이 되면 조금은 풍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 송구영신을 알리는 카렌다와 연하장들이 넘쳐나며 한 해가 넘어감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종교를 넘어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 받았고, 여기 저기 알듯 모를듯한 친지들 연하장이 배달되어 왔다. 어느 해엔가에는 성탄 카드와 연하장을 100여 장 이상을 받아보았을 정도였다.     

 

당시 이러한 세밑 풍습은 폰과 인터넷 같은 같은 정보통신망 구축이 안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아마도 간단한 카드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상호간의 존재와 일치감을 확인하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기적의 메달(기적의 패)

오래전부터 성당에서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예쁘게 만들며 서로 축하해 주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핸드폰 문자로 성탄 메시지를 주고 받게 되어 버렸다. 오늘날 코로나 상황을 맞은 우리는 카드와 연하장은 물론 일상에 필요한 카렌다 조차도 쉽게 찾아 볼 수 없어 추운 연말을 더욱 쓸쓸하게 보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성탄절이 지난 어느 날, 정말로 오랬만에 머나먼 나라에서 보낸 한 장의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다. 

 

크리스마스카드에는 성탄 축하 인사와 함께 '기적의 메달(Numisma Mirabile)'을 동봉하였기에 무언가 행운을 받은 느낌이었다. 이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주신 분은 가톨릭교회 신자가 아니지만, 이렇게 성모님과 관련된 성물을 구입하여 보내주시는 세심한 배려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기적의 패'라고도 불리우는 이 메달은 성녀 '가타리나 라부레'가 성모 마리아의 발현에서 요청을 받아 만든 메달이다

이 기적의 메달에는 “Ô Marie, conçue sans péché, priez pour nous qui avons recours à vous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당신께 의탁하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쓰여 있는데,

 

믿음을 가진 가톨릭 신자들은 이 메달을 목에 걸고 다니면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통하여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많은 신자들이 착용하고 다니는 기적의 패이다.

 

성녀 가타리나 라부레

우리가 주고 받는 크리스마스카드는 성탄 축하만이 아니라 새해 인사가 포함되는 사실상 연하 카드이다.

크리마스카드의 가장 보편적인 문장은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라고 쓰기 때문이다.

아마도 연말 시기와 성탄절이 함께 있기에 나타나는 축하 문자일게다. 

 

영국 시댁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있는 딸이 보내온 영상을 보면, 사돈 집에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와 축하 카드 그리고 선물들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서구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성탄의 의미를 넘어 국가적인 축제로 정착되었으며 크리스마스의 자체를 즐기고 있는것 같다.

 

올해는 어쩐일인지 TV 방송이나 거리에서 캐럴을 들어보기가 힘들다. 흥겨운 음악 크리스마스 캐럴은 코로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다는 말과 함께 어떤 종교 단체에서는 공공방송에서 캐럴을 내보내지 말라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랬만에 받아 본 한 장의 크리스마스카드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캐럴이 되어 연말 한파와 우울한 코로나 분위기를 밝게 걷어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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