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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코로나 검사 해프닝

by 나그네 길 2022. 1. 5.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떠한 사안에 너무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오늘 새벽에 서귀포보건소 코로나상황실에서 "코로나19 검사 대상자 알림"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1월 2일 09:30~10:30 서귀포 000사우나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 갔으므로 같은 시간대 사우나 이용객은 빠른 시간내에 서귀포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기바랍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문자를 두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했던가? 

아침에 일어나 이 문자 통지서를 읽게 되면서 갑자기 내 일상적인 삶에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연초 휴일을 맞아 그날 비슷한 시간대에 000사우나를 이용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잘못은 전혀 없음에도 이제부터 일상 멈춤에 따른 모든 피해를 내 홀로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기에 먼저 간단한 신변정리를 해야 했다.

0 먼저 오늘 10시 제주자치경찰 승진심사위원회가 열리는데, 인사위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심사위원회 불참을 통보해야만 했다.(여기에는 말 못할 여러가지 피해가 막심하다.)

0 또한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데 당분간 자가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현재 근무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0 만약에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되면 아내는 어찌해야 하며 출근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0 그리고 1월말에는 서울에서 아들 내외와 예쁜 손녀, 싱가폴에서 딸 내외가 오기로 했는데 가능한가?

0 이외에도 가족모임과 직장동료, 설명절과 제사와 성당미사 그리고 연재 원고 등 내 삶이 모두 멈추어 버리게 된다.  

 

이렇게 코로나로 확진되면 치료에 대한 걱정보다는 우리의 일상이 멈춤에 대하여 우려하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모든 근심 걱정을 가슴에 묻고 버리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아침 일찍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하여 찾아간 서귀포보건소에는 대기자 줄이 길게 이어졌다.

우산을 쓰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40여분을 기다려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 통보를 받을 때까지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

서귀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는 아침부터 100여 명이 대기 중이었는데, 오후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계속된다고 하면 도데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일까? 

 

코로나와 관련하여 온갖 상념에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스스로 자가 격리를 하고 있는데, 오후에 서귀포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대상자 재알림' 이라는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

"1월 2일 09:30분 000 사우나 여탕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으니, 여탕 이용객은 검사를 받으라."는 1차 통보 문자를 여탕으로 정정하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코로나 상황실에 확인 전화를 했더니 여탕이 맞다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당연히 사우나 남탕을 이용하였으니 검사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었던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그런데 방역당국에서 이렇게 중요한 과실이 있었음에도 어쩐지 실수를 지적하기 보다는 크게 안심이 되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통화를 마치면서 상담하시는 분에게 "어찌되었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침착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마음만 급해 서두르다가 당한 해프닝이었다.

지난 제주 지진 당시에는 가만히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빨리 대처하였기에 일어난 일종의 불상사라고 할까.  

 

사우나를 이용한 코로나 확진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판단일텐데, 이를 생각하지 못하고 검사부터 받으려고 서두르기만 했으니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점점 부족해지는 것이 아닌가?

 

오늘 경험으로 볼 때 코로나 감염에 대한 주의를 더욱 각별하게 해야 할것 같다.

나의 작은 부주의로 인하여 코로나에 감염된다면, 내 삶은 물론 가족과 친지 그리고 직장 등 모든 생활이 멈추고 일상에서 격리되야 하는 것이 치료보다도 더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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