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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마스크 쓴 '서귀포아트콰이어합창단'

by 나그네 길 2021. 12. 7.

어떤 사안에 있어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그 중에서 예술 분야는 전시나 공연보다는 연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인것 같다.

 

마치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다'는 시어가 우리에게 심금을 울려주었듯, 합창은 단 몇 분간 무대 공연을 위하여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화음을 맞추어야만 한다. 그렇게 힘들게 오른 무대에서의 공연은 순식간에 허무하리만치 지나버리고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도 짧은 감격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후에도 하모니로 하나가 되었던 뿌듯한 마음은 이리도 오래 머물 수 있음은 무엇때문일까?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운영하는 '서귀포아트콰이어합창단'은 몇 년 전 '다문화 합창단'에서 시작하여 지난 해 본격적인 혼성 합창단으로 다시 태어났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아쉽게도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운영하지 못했었다.

 

합창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간 접촉을 통하여 전염되기 쉬운 코로나의 특성상 노래를 부를때는 필연적으로 호흡기에서 비말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의 합창 연습은 위드코로나를 앞 둔 지난 9월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마스크는 기본이고 코로나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남, 여 파트로 나누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실시하였는데, 입술을 가득 덮고 있는 마스크로 인하여 발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습은 계속해야만 한다.  

  

공연을 앞 두고 다시 심각해지는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리허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무대에 서야 했다.

TV 복면가왕 프로도 아니고 마스크를 쓴 합창단을 생각해보라.

이처럼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가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생겨났으며, 마스크를 쓴 합창단과 같은 새로운 공연 풍속이 만들어 지고 있다.

 

어쩜 마스크는 우리의 호흡을 가려 주기에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고, 공연 중 표정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합창 무대에서만큼은 노래를 위하여 마스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공연을 준비하며 대기실에서 잠간의 여유로움을 즐기는것도 무대의 긴장감을 풀 수 있는 방법이다.

 

공연장에는 뒤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편의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기획과 출연 섭외가 필요하며 무대와 음향, 조명, 녹음 그리고 안전교육까지 초단위로 계획하고 진행해야만 한다. 

 

출연자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이다.

몇 시간 전에 도착하여 최종 연습과 리허설이 끝나면 간단한 식사를 하고 분장실에서 공연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대기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공연이라도 무대에 오르기 위하여 무대 의상을 갖추고 분장을 하는 것은 공연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무대 예절이며 지휘자와 관객에 대한 예의이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내년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무대에 올랐다.

 

합창은 지휘자가 만드는 예술이다.

그래서 공연 시간만큼은 지휘자와 동화되어 아름다운 하모니로 무대를 즐겨야 한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하여 우리는 봄부터 소쩍새처럼 그렇게 노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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