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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제주의 자리돔(물회, 강회, 구이)

by 나그네 길 2022. 5. 24.

'자리회를 먹을 줄 알면 제주사람이다.'는 말이 있다.

자라회는 제주사람들이 즐겨 먹는 보편적인 토속음식임에도, 안 먹어본 사람은 뼈가 있는 자리회를 먹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최근 자리회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맛있는 것에 대한 입맛도 보편화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자리돔은 늦은 봄에서 초 여름까지 한라산 남쪽 바다에서 잡히는 제주도 특산 계절 어종이다.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자라돔 어항은 서귀포시 보목포구인데 '자리돔 축제'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5월이 무르익는 요즘 보목포구에서는 매일 오전에 자리 판매장이 열리는데 크기에 따라 1kg당 가격은 1만~1만2천원으로 클 수록 맛있고 비싸다

 

자리는 보리가 잘 익어 수확하는 5월 중순, 이 시기가 산란기여서 가장 맛있다고 한다.

뱃속에 노란알이 가득찬 산란기 자리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싱싱하게 살아 있으므로 즉석회로 먹기에 아주 좋다.

 

보목포구에서 자리를 구입하면 이렇게 현장에서 비늘과 가시 및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집에가서 썰기만 하면 먹을 수 있으니 수고비 2천 원이 아깝지 않다.

 

자리는 보통은 물회와 강회 그리고 구이로 먹으며, 아주 작은 자리는 젖을 담기도 한다.

물회는 손질된 자리를 잘게 썰어서 시원한 물에 오이, 부추, 풋고추, 양파, 마늘, 깨, 제피(초피)를 함께 넣으면 끝이다.  

이때 제주사람들에게 양념은 반드시 된장으로 자리회를 만들어야 진짜 자리물회라고 말한다. 

 

구입할때 손질이 잘된 자리는 그냥 썰어 먹는 강회가 가장 맛있다.

양념이 잘 된 된장과 상추, 깻잎, 양파, 마늘, 풋고추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제주사람들에게는 자리회를 먹을때 반드시 제피가 필수이고 양애(양하)가 있으면 더 좋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강회는 자리돔의 뼈가 그냥 살아 있기에 씹어 먹기가 쉽지는 않지만, 한 번 자리강회의 맛을 알게되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음식이 강회라고 할 정도로 자리에 대한 맛을 잘 알 수 있다.

  

자리구이는 크기가 클 수록 좋으며 굵은 소금을 뿌려서 그냥 구어 낸다.

자리구이는 뼈와 가시를 발라 먹는데 약간은 불편하지만, 제주사람들은 그냥 뼈째 먹으며 더 맛을 느낀다.

자리돔은 작은 어류이기에 씹을 수록 더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어종이다. 

 

제주사람들은 자리회에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제피(초피)를 꼽는다. 아마도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약간 오래된 자리를 회로 먹기 위해서는 강한 제피향이 비린맛을 잡아주는게 필요했던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파닥거리는 신선한 자리로 회를 만들어 먹는 요즘에도 독특한 제피향은 자리의 맛을 더 좋게 만들어 준다.

 

제주의 자리돔 요리는 가장 단순하다.

오늘 잡은 싱싱한 자리는 그냥 썰어먹거나 시원한 물회를 만들거나 큰 자리는 소금만 뿌려 구워먹으면 된다.

이처럼 섬나라 제주인들에게는 언제나 바다에서 싱싱한 어류를 잡을 수 있었기에 특별한 조리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제주인들이 여름철에 가장 좋아하는 토속음식 자리회를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닷물 수온이 상승하면서 10여 년 전부터는 자리돔이 많이 줄어들고 있으며, 제주 바다의 토착 어류였던 자리돔 서식처도 거제도 인근 해상으로 올라가면서 제주바다는 백화현상으로 열대성 해파리들이 잠식하고 있다.

 

5월의 어느 토요일 점심에 아직까지도 자리강회의  뼈를 씹어먹을 수 있는 겅강을 주심에 감사하고, 2070년에는 제주 정착 어류인 자라돔 서식처가 울릉도까지 북상할 것이라는 보도를 떠올리며 새삼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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