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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귤꽃 향기

by 나그네 길 2022. 5. 6.

지난 밤 합창단 회식 자리에서 육지부에서 귀농했다는 어느 단원이 말했다.

서귀포의 5월은 온 마을에 흐르는 감귤나무의 꽃 향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하면서,

"오리구이 냄새보다도 창문을 통하여 풍기는 귤꽃 향기가 더 짙은 날!"이라고 했다.  

 

감귤의 종류는 수확시기에 따라 크게 극조생(9~10월)과 조생(11~12월) 그리고 만감류(1~3월)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다만, 시설 하우스를 이용해 재배하는 하우스감귤은 수확시기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이 처럼 분류하지 아니한다.

 

만감류 중에서는 일반적으로 한라봉과 천혜향, 레드향이 널리 알려졌다고 본다. 이러한 만감류는 대부분 하우스 재배로 생산되는데, 노지 과수원 감귤 중에서 가장 늦게 익는 하귤인 경우에는 열매가 달려 있는 상태에서 꽃을 피우기도 한다.

 

감귤과수원에 귤꽃이 피는 시기는 대부분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집중되어 있기에, 감귤의 고장 서귀포 지역에서는 한 달여 동안 어디를 가든지 은은한 꽃 향기에 취하게 만든다. 

 

귤꽃은 향기가 멀리 퍼지며 꿀벌들이 좋아하기에 양봉업자들은 감귤꽃이 피는 시기에 꿀을 수확할 수도 있으니, 귤꽃은 이래저래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감귤꽃이 피기 시작하면 농가의 손길은 점점 바빠진다.

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그대로 두면 감귤 열매가 너무 많이 달려 상품성이 모자란다.

그래서 꽃을 적당히 남기고 따 주기 위해서는 일손이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솜씨도 있어야 하므로,

감귤농가의 봄은 새로운 농번기이기도 하다. 

 

이제 만개되었던 하얀 꽃이 떨어지면서 초록색 잎파리 사이로 작은 열매가 고개를 갸옷 내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초여름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기나긴 장마와 거센 태풍을 견디어 내고, 따가운 여름 햇볕에 알알이 황금빛 감귤로 영글어 갈때면 또 다시 나를 오라고 불러주기를 기대해야 한다.   

 

이제는 5월에도 한 낮에는 덥다는 생각이 날 정도로 더위가 일찍 찾아오는 것 같다. 

농가에서 감귤과수원 관리에 가장 어려운 시기는 당연 여름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  어른 키보다 더 큰 감귤나무 사이를 오가며  농약을 살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릴적 경험에 의하면 감귤 나무에서 떨어지는 농약과 온 몸에서 솟아나는 땀 중에서 어떤게 더 많은지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는 기억이 있다.

 

한 알의 감귤의 익기까지는 이렇게 많은 사연을 넘어야 한다.

그 중에서 귤꽃이 피는 5월은 감귤나무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향기를 풍기는 시기일게다.

이제 밤이 되면 귤꽃 향기는 점점 더 짙어지면서 우리를 불러내고 달빛 아래 과수원 길을 걷게 만든다.

 

감귤은 아열대성 제주의 기후에 알맞아 오래 전부터 재배되어 왔는데, 최근 100년 동안 지구 표면은 0.8도 상승했음에 비해 한반도 기온은 1,8도로 더 높아 지면서 전남과 경남 지역에서도 감귤 재배가 가능해졌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2070년이 되면 감귤 재배 최적지가 강원도 지방이 될 것이라는 연구 발표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서귀포 도심을 감미롭게 만들었던 귤꽃 향기도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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