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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꿀벌을 부르는 찔레꽃

by 나그네 길 2022. 5. 22.

제주의 5월에는 찔레꽃이 핀다.

여기저기 흔하게 핀 찔레꽃은 다섯 장의 하얀 꽃잎을 자랑하며 꿀벌을 부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꿀벌이 개체수가 감소되고 있다고 한다.

꿀벌의 감소 원인은 농약 사용과 기생충 등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시적 고온현상으로 제주도는 물론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각종 꽃이 피었는데, 월동에 들어갔던 꿀벌들이 계절을 착각해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가게 되었으며, 이때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서 집단폐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꿀벌들이 변화하는 온난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꿀벌은 누에와 함께 인류가 오래전부터 길러온 곤충이다.

그런데, 최근 꿀벌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꽃가루 매개로 하는 과일이나 채소, 견과류 등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면서 인류에게 큰 재앙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농작물 대부분이 재배 과정에서 꿀벌의 도움을 받고 있다. 꿀벌이 꽃가루를 운반하는 덕분에 식물이 번식하고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데, 벌이 없어 진다면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인류는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하느님의 창조물 중에서 서로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으며 필요하지 않은 것도 없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 존재 의미가 있으며 또한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있으니 이는 창조 질서의 신비이다.

 

부활 성야에 부활초를 밝히며 부르는 '부활찬송'에서 꿀벌을 노래하는 구절을 떠 올려 본다.

"어미 벌이 마련한 이 고귀한 밀초가 녹아 흐르며 아름다운 불을 밝히네. 오, 참으로 복된 밤. 하늘이 땅을 만나고 하느님이 사람과 결합된 밤."

 

제주에서 찔레꽃은 가장 흔하게 피는 꽃이다.

그리고 산딸기와 비슷하게 생겼으므로 헷갈리기도 하는데, 산딸기는 찔레꽃에 비해 크기가 작고 일찍 핀다.

찔레꽃이 피는 시기에 산딸기는 꽃은 지고 열매가 익어가는데 가장 다른 것은 찔레꽃 열매는 먹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탈'이라고 부르는 산딸기는 무척 맛있었다는 기억이다.

요즘도 과수원길에서 흔히 '탈'을 만날 수 있으나 농약이나 오염이 무서워 함부로 따먹지 못한다. 

 

제주에는 '한탈에 보리 개역'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보리로 만든 미수가루에 산딸기를 버무려 먹으며 맛있다는 뜻이다.

5월말, 보리 수확시기와 곶자왈이나 목장 등에서 자라는 산딸기 종류인 '한탈'이 익는 시기가 같아서 나온 말일게다.  

 

이렇게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꿀벌들이 날아와 꽃가루를 운반하며 수정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 기온이나 농약 살포 등으로 줄어드는 개체가 꿀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꿀벌과 함께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들은 감귤과수원의 살충제로 인하여 애벌레들이 폐사되면서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짓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멸종하는 생물이 가장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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