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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제주는 지진 안전대인가?

by 나그네 길 2021. 12. 18.

제주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 갑자가 넘도록 살아 오면서 지진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보통 지진이나 바다의 해일 쓰나미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나 발생하는 천재지변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 처음으로 땅이 흔들림을 직접 느껴보면서 제주도가 지진의 안전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월봉 절벽 화산층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겨울이 깊어가는 12월 14일 저녁,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드르르륵~ 의자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왜 이렇게 계속 어지럽지? 혹시 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잠시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꺼져있던 TV에서 삐~삐~ 긴급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재난 문자가 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긴급 대피에 익숙하지 않아 재난 방송을 시청하며 아파트 3층 집에 그냥 앉아 있을 뿐이었다.

 

지진발생과 동시에 들어온 기상청의 긴급 재난 문자가 믿음직스럽다.

2021년 12월 14일 오후 5시19분 서귀포시 서남서쪽 41km 해역(마라도 남서쪽 8km) 에서 규모 4.9의 지진 발생하였으며, 이후 12월 17일 오전 622분 서귀포시 서남서쪽 38km 해역에서 규모가 비교적 큰 3.2 여진이 다시 발생하는 등 이날 오후 현재 총 18회의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제주도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하여 지진의 전조가 있었다는 뒷 이야기도 많다.

 

지진이 발생하기 하루 전, 제주 해역에서 참돔 2만여 마리가 동시에 잡혔다고 한다. 이는 하루 참돔 위판량은 평균 1천 마리 안팎으로 월평균 3만 마리 정도 거래가 이뤄지는 것에 비하여 매우 특이한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참돔 대량 포획을 두고 지진을 미리 감지한 어류가 이상 행동을 보였다면서 '지진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어시장 제공, 12. 14일 제주 참돔 경매 현장 사진

온라인에서는 지진 직전에 제주의 서쪽 하늘에 양떼 같은 구름이 지진 전조 현상 같다고 이른바 '지진운'을 봤다는 목격담이 있다. 작은 덩어리들이 양떼처럼 늘어선 구름의 정식 명칭은 지진운이 아니라 '고적운'이라고 한다.

 

지진운이라고 제보한 사진, 뉴시스

지진 한 달전, 11월 19일(음 10월 15일) 제주 하늘에서 이루어진 개기월식이 지진이 전조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산이랑 바다랑 ksmsuny님의 월식 사진

제주에서 지진을 앞두고 이러한 무지개가 자주 목격되었다면서 지진의 전조였다는 말도 들었다.

 

2017년 12월 5일 발생한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용오름이 올랐다고 한다.

 

기상청 제공 용오름 사진2017. 12. 05. 16:07

지진이 발생한 날 오전에 한라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구름을 지진이 전조현상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모두는 속설에 불과하며 지진에 대하여 가장 많이 연구한다는 일본에서 조차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한라산에서 화산 모양의 구름대가 있었다.

지진은 제주 해녀들이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진원지와 가까운 모슬포 지역 해녀들은 바다에 잠수하여 해산물 채취하는 것을 당분간 중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덕분에 가두리 양식장에 있던 소라를 비교적 싼 가격에 구입하여 먹을 수 있었으니 지진덕을 본 것도 있다고 할까?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도에 접어들어서도 제주도에서 매년 10건~19건 내외로 지진은 발생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진 발생빈도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리히터 4 이상의 지진은 한 건에 불과했고 피해도 없었다. 이렇게 보면 이번 발생한 지진은 특이한 사례로 앞으로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이번 지진은 발생과 거이 동시에 서울에서 아들이 제주도에서 지진 대피 재난 문자를 받았다고 하면서 전화가 있었고,

방학을 맞아 영국 시댁을 방문하여 런던에 체류 중이던 딸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면서 안부를 물어왔다.

이제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진이라는 재난은 생소하지만 걱정보다는 미리 대비해야 하는 단어로 다가오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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