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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한라산 5.16도로의 겨울

by 나그네 길 2022. 2. 22.

제주는 겨울에 눈이 적게 내린다.

특히, 올 겨울 제주도 남쪽의 서귀포에는 눈 내린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라산에는 해안 지역과 달리 수시로 대설 경보가 발효되어 폭설 내리는 날이 많기 때문에

겨울철 한라산을 횡단하는 5.16도로는 잦은 결빙으로 차량 운행에 최악의 길로 알려졌다.

 

겨울에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직장인들에게 자가용 출 퇴근은 걱정거리가 많다.

새벽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한라산 힝단도로의 도로 결빙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새벽 5시경이 되면 경찰 112센터에는 도로 상황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었다.

 

하지만 최근 교통 CCTV가 도로 곳곳에 설치되어 실시간으로 성판악 등 5.16 도로 결빙여부를 확인해 볼수 있기에 다른 도로 이용이나 또는 체인 준비 등 차량 운행 여부를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어 한결 좋아졌다.    

 

한라산 5.16도로는 계절에 따라 변화가 많아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길이다.

계절별로 봄의 신록과 여름의 숲 터널 그리고 가을 단풍으로 이어지면서 한라의 매력을 물씬 풍겨주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겨울철 5.16도로는 눈이 없는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독특한 풍경을 안겨준다.

   

겨울의 한라산은 마치 벚꽃이 흐드러진듯 온 산에 눈꽃이 곱게 피었다.

그리고 하얗게 덮힌 눈꽃 사이로 한라의 산턱을 넘어 가는 5.16도로는 마치 설국의 입구가 아닐까.  

그래서일까, 5.16도로를 운행할때는 아무리 바빠도 성널오름에 차를 세우고 눈을 밟아 보아야 한다.

 

성판악을 중심으로 위는 서귀포 방면, 아래는 제주시방면으로 이어지는 상고대 눈꽃길이 아름답다.

한라산을 횡단하는 5.16도로는 명칭 그대로 독특한 도로이다.

도로의 시작은 일제 시대 군용 도로로 개척되기 시작하여 5.16 혁명 당시 깡패를 소탕하여 강제 노역으로 길을 만들었다.

그래서 5.16도로라 명명했는데 최근 일부에서 도로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는 5.16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무엇이든지 이런 명칭 하나 정도 남아 있단 것도 역사 그 자체라는 생각일게다.

그래서 명칭을 그대로 존치하자는 여론이 더 우세했다는 말이다.

 

한라산 5.16도로의 겨울은 제주인들에게 모처럼 설국의 낭만을 즐겨볼 수 있는 길이다.

제주에서는 보기 힘든 화사한 눈꽃은 어디에 비하여도 손색 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한라산에도 영향을 주어 겨울철 적설량이 많이 줄어 들었으며, 3월 이후에는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고산지역에서도 눈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우리 어릴적에 많이 있었던 구상나무, 돌매화, 한라솜다리등 한대성 식물들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공동의 집 지구의 기후 위기가 지속될 경우, 한라산 5.16도로에서 눈꽃을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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