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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왕벚꽃 문양 목판 인쇄

by 나그네 길 2022. 6. 15.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어낸 우리나라의 전통 인쇄 기법 중 목판 인쇄를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오늘 목판 인쇄에 사용된 나무는 굴무기(느티나무)라고 하는데, 사오기(벚나무)와 함께 전통적으로 인쇄용 목판에 사용하였던 나무라고 한다.

이 목판 인쇄 기법은 직지 심경과 팔만대장경을 찍어 내었던 방밥이라는 설명을 듣고 더욱 흥미가 돋았던 것도 사실이다.

 

목판 인쇄할 제주도 자생지 왕벚꽃은 권세혁 화백의 그림이고 목판은 유영민 서각가의 양각 새김으로 제작하였다. 

 

목판 인쇄에서 중요한 재료 중에 하나는 당연 먹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먹물은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백반과 소금과 식초를 조금 넣고 약한 불에 녹이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먹물의 증발을 빠르게 하고 한지에 먹물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먹물이 준비되면 붓을 이용하여 목판 그림에 먹물을 골고루 묻혀 주어야 한다.

 이때 목판의 그림에는 먹물이 나무판에 잘 스며들도록 충분히 여러번 바르는 것이 좋다.

 

목판 인쇄를 찍어낼때는 일반적인 종이들은 안되고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가 필요하다.

이때 한지는 양쪽면을 손으로 만져보며 매끈한 부분에 먹물이 묻히도록 찍어내야 번지지 않도록 잘 찍을 수 있다. 

  

목판 인쇄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목판위에 한지를 놓고 찍어내기 위해 누를때 사용하는 인체(印髢)였다.

한자로 印髢(인체)는 '머리칼로 도장을 찍어낸다."고 단순 풀이할 수 있듯 밀납과 머리칼을 합쳐 만든다고 한다.

예전에는 인체를 돼지털로 만들기도 했는데 말총(말의 꼬리털)을 넣은 밀납으로 만든 인체가 가장 좋다는 말이 있다.

 

이제 먹물을 묻힌 목판에 한지를 덮고 인체를 살살 문질러 주면 왕벚꽃 문양이 인쇄되어 나오는데, 목판에서 인출하면 목판본, 활자판에서 인출하면 활자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목판 인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인쇄를 직접 전담하신 분은 목판 인쇄의 전문가인 인출장(印出匠) 자격을 가지고 있는 윤봉택  서귀포예총회장이다. 

 

이러한 전통 목판 인쇄는 '서귀포 봄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이루어 졌다. 보통 축제라함은 먹고 놀고 노래하는데 익숙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지는데 비하여 이런 목판 인쇄가 들어 간 것은 좀 특이한일이다.

 

그런데 축제 당일, 왕벚꽃 문양 목판 인쇄 체험은 아주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 되어 줄을 서 기다리는 가족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축제 문화도 차츰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출장(印出匠) 윤봉택 서귀포예총회장의 목판 인쇄 시범>

내가 현장에서 찍어 소장하고 있는 왕벚꽃 문양 목판 인쇄 작품은  한지에 직접 그린 동양화 그림보다는 투박한 형태였지만 그런대로 절제의 미가 멋있는 목판화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비단은 5백년이고 한지는 천년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말인것 같다.

올해 봄이 지나면서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축제들이 여기저기 새로이 살아나고 있는데, 이제는 축제 프로그램에도 단순한 먹거리 놀거리 중심이 아니라, 목판 인쇄와 같은 전통 문화를 함께 체험해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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