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밤에는
누구나 한 번쯤 페치카에서 활 활 타오르는 불꽃의 따스함을 느끼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즐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을게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바다로 향한 문"팬션에서 진짜로 좋은 페치카를 만날 수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벽난로 형식의 페치카와 달리
사방이 트여 있고 불꽃의 부드러움을 더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페치카였다.
"바다로 향한 문" 팬션은
남원 영화박물관 동쪽 옛 일주도로의 바닷가 쪽에 있다
유럽 지중해 풍의 아담한 팬션 건물은,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며 부드럽게 녹아들어
차를 타고 지나갈 때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 무심코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다.
페치카란? 러시아식 벽난로를 말하는데,
오래 전에 군대 내무반에서 사용하던 용어가 일반용어로 굳어진 듯
이제는 누구나 벽난로 보다는 페치카란 말을 더 쉽게 사용하는 것 같다.
이것은 아마 군대를 체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든 싫든 페치카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기 때문일게다.
그런데 이 페치카는 연기가 하나도 안나는데도 불 꽃은 훈훈하게 덥혀주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주었다.
이름 그대로 창문만 열면 바다가 눈에 들어 온다.
오래된 야자나무와 카나리아 야자수들은
아기 자기한 붉은 벽돌 지붕의 유럽풍 팬션에 어울리는 것 같다.
페치카에서 빛나는 불은 만찬을 마칠 때까지 그냥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팬션의 사모님은 미술을 전공한 화가였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여기 저기 손수 그린 작품들이 놓여있어 분위기를 더 해주었다.
내가 보기엔 이것도 미술 작품인 줄 알았는데
사모님은 웃으면서 "CD보관장"이라고 말해 주어 막판에 '촌티'를 내고 말았다.
겨울이 점점 깊어 가는 날,
이렇게 따스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초대해 주신 '길갈축산 회장 부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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