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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우도의 하루

by 나그네 길 2013. 2. 16.

내가 군대 입대하기 전 우도에 약간 아는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어린시절 몇몇 친구들과 함께 우도의 그 친구집에 놀러가서 1박2일을 보냈던 적이 있다.

 

우도의 아름다운 옥빛 해변에서 형형색색의 모래알들을 골라내며 신기해 했었고,

모기를 쫒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소라를 구워먹고 통기타에 포크송을 부르며 즐거워했었다.

피자도 없고 치킨에 캔맥주도 없이 모든게 부족했었지만 밤새 별을 헤며 시간가는 줄 몰라던 때였다.

그래서 내마음에 우도는 언제나 40여년전의 원초적인 모습으로만 남아 있었다.  

 

설 다음날 우리 가족은 모처럼 뭉쳤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예쁜조카와 짝도 함께 우도로 향했다.

그 시절엔 똑딱선이 오전 오후 2번 뿐이었는데 이제는 수시로 도항선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리고 도항선에 차를 가져 갈수 있어 더 편해졌다. 

 

바다로 나서자 겨울 바닷 바람이 차다

그리고, 옛날과 같이 바다 갈매기들이 배를 호위하듯 반겨 주었다.

 

우도에 도착하자

내 마음의 기억에 남아있는 아름다웠던 그 옛날의 우도가 아니었다.

옛날 기억을 찾아서 내가 걸었던 길을 생각해 보았으나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주위를 씨끌벅적하게 했던 친구들도 소라를 따주던 아낙도 그리고 고구마찌는 냄새도 모두 어디로 살아져 버렸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팬션과 관광식당과 자동차와 그리고 포장마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 옛날의 낭만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바다 뿐, 오름도 잔디도 그리고 모래알까지 변해 있었다.

그나마 저 절벽에 숨어있는 용의 붉은 콧구멍 전설은 아직까지도 전해지고 있어 다행스러웠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사랑스런 가족들을 만들어 주시고 축복해 주셨다.

이렇게 세상은 다시 만들어지고 자손들을 통하여 오래도록 이어가며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 우도에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바닷가의 모래알과 가볍게 부서지는 파도와 대화를 나누며 다시 즐거워하자.

모닥불에서 구워먹는 소라나 달콤한 찐고구마가 없어도 생선 매운탕이라도 먹으면서 즐거워 하자.

오늘 우도에서 만났던 매서운 겨울 바람과 새우깡을 받아 먹는 갈매기와 옥색 백사장에서도 감사를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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