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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하논성당 순례길 선포식 날,

by 나그네 길 2013. 4. 23.

4. 20(토) 천주교 제주교구 하논성당순례길 선포식 및 개장행사가 있었다.

제주교구 순례길위원회 주관으로 개최한 행사는 비가 왔다갔다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구장 강우일주교님을 비롯한 도내 기관장(국회의원,부지사, 의장, 시장, 관광공사사장)과

제주교구 신부, 수도자 및 22개 본당 신자 1,000여명이 참석하였다.

 

 

하논성당길 개장행사는 

제1부 서귀포성당에서 순례길 선포식

제2부 순례길 걷기(하논성당터에서 점심식사)

제3부 복자성당에서 주교님 주례 파견미사 등 총 5시간 동안 진행됐다.

참석자 전원에게는 순례 머풀러와 깔개 및 안내 리플릿이 제공되었다.

 

순례길 출발지인 서귀포성당에는 순례길 안내판 제막식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교통경찰과 운전기사 사도회에서 여러 분들이 많이 동원되어 교통정리를 도와 주고 있었다.

각 본당별 신자들이 편의를 위하여 배정된 관광버스 30여대와 본당별 봉고차 50여대가 주변에 몰려왔으나

신자들이 협조로 시내 교통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순례자들이 자신의 소원을 날개에 적어 놓은

 '평화의 바람개비'를 손수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에서

하논성당 순례길에 대한 기대와 설래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개장식 말씀의 전래와 축하인사는 비 날씨로 성당 내에서 진행되었는데

서귀포성당 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 400여명만 참여할 수 있었으며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성당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축하행사가 끝나자 주교님과 도단위 기관장들이

성당 입구에 세워 놓은 순례안내판을 제막하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이 순례길 표시판 로고는

교구순례길위원회에서 고심하여 제작하였는데

십자가 모형에 순례길의 방향을 가르쳐 주는 형상으로

순례자들이 안전과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주교님은 화북성당 주일하교 어린이 30여명과 함께 앞장을 서서 출발하였다.

뒤를 이어 1,000여명이 순례자들이 모두 설래는 마음으로 하논성당길을 출발하였다.

 

 

칠십리시공원 입구에는 홍가시나무의 새잎이 빨갛게 물들어 순례자들을 반겨 주었고

조금 더 지나 하논입구에 가면 순례해설사들이 참석자 전원에게 빵과 물을 나누어 주었다.

 

 

하논성당터에는 행사용 천막 15개가 빙둘러서 순례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각자가 준비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하논성당의 지나가 이야기를 들었다

 

하논성당은 1900. 6. 12일 김원영 신부님에 의하여 산남지역 신앙의 못자리로 설립되었다.

당시 하논지역에는 130여호 300여명이 거주하고 신자들도 3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자리를 잡아가던중에

1911년 5월에 일어난 신축교안(교회 배척운동) 으로 많은 신자들이 희생되었다.

 

이러한 여파로 하논성당도 피폐해져서 홍로본당으로 이전하게 되었고,

그 후에도 하논지역에는 주민들이 일부 거주하여 왔으나

4.3사건 때 16여호가 소개되면서 하논은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잃어버린 마을이 되었다.

 

 

그 후 110년이란 세월이 흘러 '서귀포성당 11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뿌리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하논성당 복원 및 순례길 조성사업을 실시하면서

이 곳 하논성당터를 찾아내어 초가성당 복원계획을 수립하였고

신앙선조들이 걸어갔던 길을 찾아 순례길로 조성하여 개장식을 하게 된 것이다.

 

오늘 나는 하논성당 순례길 조성을 추진하였던 당사자로 주교님 길 안내를 담당했는데,

하논지역의 역사와 민초들이 삶과 또한 복원계획까지 소상하게 주교님께 말씀 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김밥을 함께 드시던 김재윤 국회의원님이 하논성당 복원 예산 지원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었으며,

하논성당터에 국유지 임대와 초가성당의 복원 그리고 피정센터까지 주교님께 선교사업을 건의드렸다.

 

오늘 하논성당 개장식은 11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으로

내가 맡은 소임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기쁜 순간이었다.

이렇게 성당의 일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면 이루어 진다는

여러가지 오묘한 신비를 체험하게 되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주교님은 어린이들에게 기념수건에 사인을 해 주셨고

오늘 점심식사를 준비해준 자매님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약간의 부슬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하논생태길은 더 아름답다.

도랑에서 개구리들이 울음소리가 들리는것 같고 

수만년전 탄생한 하논분화구를 지키는 여러 생명체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순례자들에게 행정기관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하논복원 계획을 설명해 주면서

하논에 물을 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케 하였다. 

 

 

하논입구에서 선반내 쪽으로 걸어가는 담쟁이 길에 예쁜 꽃이 만발하였다.

이 길은 하논과 홍리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옛길로써

아마 110년전에 타케신부님이 하논성당을 이전할 때 걸었던 길로 추정된다.

 

 

솜반천을 지나 홍리로 가는 선반내길은 서귀포시민들도 잘 모르는 옛길이다.  

한 쪽으로 선반천이 다른 쪽으로는 감귤과수원이 이어지면서 멀리  한라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길이다.   

 

 

선반내길을 지나면 바로 흙담 소나무길이 나온다.

1910년도에 심어졌다는 커다란 소나무 96그루가 도심지에 장엄하게 서있는 드문 풍경이다.

이 길은 산림청에서 지정한 아름다운 도심길이기도 하다.

 

 

서귀포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중심도로 양옆에 심어진 후박나무 가로수!

일 명 후박나무길이라 명명한 길을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순례자의 정취이다. 

 

 

후박나무 길을 지나면 서귀포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홍로현청길이 나온다

오래된 돌담과 동백나무와 삼나무 그리고 원형이 보존된 올레 등을 둘러보면서 선조들이 삶을 느낄 수 있다. 

 

어느새 도착한 옛 홍로성당 터에 있는 피정센터 면형의집,

이 피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복자수도회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주교님을 마중나왔다.

여기에서 20여년 동안의 지속된 홍로성당 시절에 비로소 천주교가 서귀포 지역 사회에 융화되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오늘 개장식의 종착지인 서귀복자성당에 들어섰다.

하지만 하논성당 순례길은 앞으로 2km 40여분을 더 걸어가야한다.

이제까지는 오래된 옛길을 걸으면서 신앙선조들을 생각하는 길이었다면

여기서 부터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걸어가는 우리의 신앙을 확인하는 길이다,

 

 

출발지에서 소망을 담아 바람에 날리며 걸어왔던 평화의 바람개비를

함께 걸어놓으며 사랑과 평화가 순례자들과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파견미사는 청년들이 평화를 기원하는 한반도 지도와 평화의 바람개비를 봉헌하였고

주교님과 사제단이 순례를 마치는 신자들과 함께 장엄하게 봉헌되었다.

 

 

파견미사 후에도 개별적으로 순례길을 완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부터는 도심지를 걸으면서 중앙시장(올레시장)어린이 놀이터를 찾아야한다.

그 곳과 이웃하여 복자성당터가 있기도 하지만

중앙어린이 놀이터는 서귀포지역 민주화 운동이 산실이기도하다.

 

1986년도에 서귀포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민주화 시위가 중앙어린이 놀이터에서 기습적으로 개최되었고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인사들은 경찰의 체포를 면하기 위하여 놀이터 담장을 뛰어넘어 복자성당 지하에 숨었다.

 

 

당시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경찰의 진입을 온 몸으로 막아내면서

 수배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였던 유서깊은 성당터인데 지금은 공용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복자성당터에서 매일올레시장을 거치면서

국수나 풀빵을 사먹으면서 시장 상인들과 어울리는 기분도 그만이다.

그리고 서귀포시의 자랑거리 화가의 이름을 딴 전국 유일의 '이중섭거리'에는 문화의 향기가 넘친다.

 

사시사철 언제나 볼거리와 먹을거리 그리고 각종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순례자들은 이중섭거리에서 여러사람들과 어울리며 오늘 걸었던 피로감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하게 된다. 

 

서귀포에서 하논성당 순례길과 같은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길을 길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나는 더욱 보람을 느끼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사랑의 주님!

하논성당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그 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어 

사랑과 평화가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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