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 지역의 농가에서는 팬션이나 게스트 하우스 운영이 유행하고 있다.
바닷가 지역은 물론이고 농촌 가정집들도 리모델링하여 대열에 동참하는 등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생겨났다.
그냥보기에는 손님들이 여기 농촌까지 어떻게 찾아오고 머물다 갈 것인지 이해가 잘 안되지만,
편안한 가족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예상외로 손님들이 찾아든다고 한다.
오늘 서귀포성당 ME부부들은 주일 미사후에 토평골 해든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본당 ME대표 부부가 이 토평골 해든집을 경영하고 있어 초대했기에 우리 부부도 참석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현재욱 아오스딩-오정화 율리안나' 부부가 최근에 구입하여 리모델링했다고한다.
입구에는 정성을 들인 안내 간판과 함께 올레길이 길게 이어져 있는 제주도의 전통적인 과수원 집이었다.
제주의 올레길은 도로에서 집이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어
도로와 주택을 분리해주는 공간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으며
소나 말이 침입을 방지하고 도둑을 예방하는 방범역할도 겸하게 된다.
과수원안에 자리잡은 아담한 단층짜리 주택은 깔끔해 보이고 주인장 마음만큼 넉넉한 마당이 있다.
남향으로 자리잡은 주택 마당에는 파라솔과 함께 한 가족은 충분히 사용해도 좋을 나무식탁이 시원해보였으며,
창고와 씻는 집과 해우소가 모두 외부에 별도의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은 제주지역 농촌주택이 특징을 잘 드러내주고있다.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의 메인요리는 돼지바베큐 구이였다.
현요안 신부님께서 본당 ME 활성화를 위하여 손수 바베큐 구이를 담당하고 있어 더 맛있어 보였다.
과수원 집은 이렇게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여도 다른 집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아서 좋다.
돼지바베큐 구이는 고기가 적당히 뚜꺼워야하며 특히 불 조절이 아주 중요하다.
연기가 나지 않도록 숯을 충분히 땐 다음 한꺼번에 한쪽씩 충분히 익혀줘야한다.
불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소금을 살짝 뿌려주고 기다리다 보면
돼지고기에서 물이 올라와 부글 거리게 되며 이 때 뒤집으면 노릿하게 익어간다.
이 때 적당한 크기로 고기를 자르는데 살과 기름과 껍질이 함께 붙어 있도록 잘라야 더 맛이 있다.
바베큐를 다 굽고 나서 자리를 구웠다.
자리구이는 신선도가 구이맛을 좌우한다.
갖 잡은 싱싱한 자리에 굵은 소금을 살짝 뿌려서 구으면 되는데,
자리구이 역시 한 쪽을 충분히 익히고 나서 뒤집어 주어야 좋다.
뼈까지 꼭꼭 씹어서 먹을 수 있도록 충분히 익혀야 자리의 진 맛을 느낄 수 있다.
집안과 마당에 ME부부들이 가득했다.
보목리 출신 주인장에 맞추어 자리물회까지 나왔고,
우영밭에서 손수 키운 각종 나물들이 입맛을 한 층 돋구어 주었다.
오랜만에 모임을 가진 ME부부들은 이달 말에 산행을 하기로 다시 약속하였다.
오늘 토평골 해든집 모임의 히로인 멍이와 순이!
사료만 먹던 멍이와 순이가 갈비를 한 번 뜯더니 그 맛에 반했는지 난리났다.
결국 걷기 힘들만큼 먹고 나서 집에 들어가더니 움직일 생각을 못한다.
'멍이순이'라고 쓴 문패가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고
멍이와 순이는 오늘 ME부부들이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제주도 농촌 주택에는 화장실과 목욕실이 대부분 외부에 있다.
아마 날씨가 별로 안 춥고 또 하수시설 문제 등으로 외부에 지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용에 약간의 불편은 있을지라도 위생상 여러가지 편리한 점도 많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는것 같다.
토평골 해든집에 목욕실도 외부에 있었는데 깔끔하게 페인트를 칠하였고
'씻는디'(씻는 장소)라는 표시판이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 '우영밭'(텃 밭)이 있었다.
감귤나무를 잘라내고 만든 30여평의 텃밭에는
해든집 쥔장이 직접 재배하고 있는 각종 무공해 야채들이 자라고 있었다.
해든집에 체류하는 손님들은 언제든지 마음껏 야채들을 먹을 수 있다고 자랑하다시피
오늘 점심메뉴에 나온 여러종류의 싱싱한 야채들은 입맛을 돋구는데 그만이었다.
요즘 무공해 야채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믿을 수 있을까?
몇 년전 우리도 텃밭을 10평정도 만들어 배추, 상추, 깻잎, 고구마 등 등을 재배해 보았는데
농약과 비료가 없이 무공해로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두어해 만에 포기 했던 경험이 있다.
그 때, 배추는 대부분 벌래가 먹어 치웠버렸고
깻잎과 상추들은 벌래에는 강한데 그렇게 잘자라지는 않았으며
결국 고구마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먹어본 것이 없었던것 같다.
그 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싱싱한 채소류를 보면서
우리가 직접 가꾸었던 무공해 채소를 냉장고에 넣었을 경우에 3일정도이면 부슬거리며 마르던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채소류는 냉장고에서 열흘 이상 싱싱함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일가 궁금했었다.
혹시 싱싱함을 유지하게 하는 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이렇게 무공해 야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것도 감사할 일이다.
식사를 하고 나서 집안을 둘러보았는데
풋풋한 향냄새가 나는 목재를 이용하여 깨끗하게 리모델링한 거실과 침실은 아담해보였다.
해든집 주인장의 취미를 알아 볼 수있는 책들과 목재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고
최신형 벽걸이 TV와 함께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도 눈에 띠었다.
창문을 열면 바로 감귤꽃 향기가 짙게 풍겨오는
이런 과수원 주택에 체류하면서
오전에는 가벼운 책을 읽고
오후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숲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이 되면 맛있는 무공해 야채와 돼지바베큐, 지나간 노래도 부르며,
밤새 자연의 흙냄새와 풀벌래 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그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평골 해든집 사람들,
아오스딩과 율리아나 부부님께 사랑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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