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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양하(양애)이야기

by 나그네 길 2013. 5. 13.

지난 일요일은 물영아리 오름에 올랐다가 양하(양애)를 캐러 갔다.

지난해에도 갔었던 곳이라 익숙하게 찾아갔으나 먼저 온 손님이 있었는지 많이 캐지는 못하였다.

 

'양하'(蘘荷, Zingiber mioga)는 제주지역에서는 '양애'라고 부르고, 

봄에 나는 '양애순(새순)'과 가을에 나는 '양애끈(꽃봉오리)'은 오래전 부터 식용으로 이용되었다. 

 

양애는 열대아시아가 원산지인데 언제쯤 제주도에 들어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 전역과 남해안 일대에서 주로 자라는 토착식물이나 다름없다

생강과에 속하는 양애는 줄기와 잎 모양이 생강과 흡사하게 생겼으며, 

제주도민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친숙하게 재배하는 식물로써

주로 초가지붕 밑에 심었다가 철따라 잎이나 꽃봉오리를 따 먹었다.

 

 

양애는 초가지붕 밑이나  담벼락 아래 등 박토에도 일단 심어놓기만 하면 절로 자라기 때문에

 예전에 제주도 초가집들은 거이 모두가 지붕 밑에 양애를 빙둘러 심어 놓았다

 

 

제주도의 초가집에서 양애가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식용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초가집은 물받이가 없기 때문에 빗물이 짚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처마 밑에 흙을 씻어가 버린는데,

양애를 초가 지붕밑에 심어 놓으면 빗물에 의해 흙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다

 

또한 양애는 톡특한 향 때문에 파충류와 양서류는 물론 벌래들도 싫어하므로

초가집을 빙둘러 심러 놓으면 뱀이나 개구리 또는 벌래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제주도에서는 오래전 부터 초가집에서 양애를 많이 재배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라산이나 오름 또는 들녘을 지나가다가 양애가 있는 장소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집터가 있다.

들녘에 양애가 있는 장소를 보면 예전엔 사람이 거주하였는데 4.3사건때 소개된 마을이 대부분이며

주변에 있는 대나무 밭이나 돌담등에 의해 옛날 집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

 

양애밭 가는 길은 계절의 여왕 5월에 맞게 싱싱함으로 늘어져 있다.

조심스레 찾아간 양애밭에는 갖 돋아나기 시작한 양애순을 따기에 알맞았다.

 

양애순은 아주 부드러워 세게 잡으면 그냥 부러지기도 하고

과일칼로 뿌리쪽에 있는 땅속을 살짝 베어 주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양애순을 채취 할 수가 있다.

 

 

이렇게 자른 양애를 봉지에 가득담고 와서 맨 위에 있는 껍질만 살짝 벗겨주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으면 바로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싱싱한 채소로 변하게 된다

.

이런 양애순은 그냥 된장에만 찍어 먹기도 아주 부드럽고 향긋한 향이 입맛을 돋구어 준다.

 

 

양애순을 장아찌를 한다든지

또는 살짝 데우쳐서 갖은 양념에 무쳐 먹어도 되는데

양애의 독특한 향과 봄미각을 돋구기 위해서는 그냥 싱싱한 양애순을 먹는 것이 제일 좋다.

 

 

양애순은 자라서 이렇게 넓은 잎으로 변하는데

다 자란 잎은 질겨서 그대로 먹지는 못하며 시루떡을 찔 때 밑에 넣거나

잎파리 위에 자리를 놓고 구워먹을 때 등 여러가지로 활용되어 왔다. 

 

 

8월이 되면 양애에서 꽃봉오리들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양애끈을 채취하게 된다.

양애끈은 붉은색을 띠고 있는 꽃보오리로 땅에서 뾰족이 나와 있어 맨손으로도 딸 수가 있다.

일 단 하얀꽃이 피어버리면 양애끈으로 가치를 상실하게 되므로 빨리 따야한다.

 

 

양애끈은 제주도에서도 추석 제사상에 올라가는 귀한 나물로 알아준다.

살짝 데우쳐 참기름과 깨와 함께 양념을 버무리는데 그 향과 맛이 독특하다.

 

최근에는 양애끈을 생채로 된장에 찍어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알려졌으며

 느끼한 고기류 등을 먹을 때 양애끈을 반쪽으로 짤라 생채로 먹으면 더욱 맛이있다.

 

양애끈이 이렇게 자연식으로 알려지면서 비닐하우스 재배 양애끈도 나오고 있는데

한라산에서 자라는 자연산에 비하여 향과 맛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이렇게 순도 따고 꽃도 따버리면 번식이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양애는 뿌리식물로써 뿌리로 번식하므로 일단 심어 놓기만 하면 잘자란다.

그리고 뿌리는 한약재로도 쓰는데 천식에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나는 약재를 보지는 못했다.

 

봄철에 입맛을 돋구는 양애순과 곰취나물과 파프리카,

양애순과 곰취나물은 곶자왈 등 비슷한 음지 지역에서 자라는 제철 식물들이므로 서로 잘 어울린다

.

그러나 한라산 국립공원보호구역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자생하는 지역을 잘 찾아서 다른 위반 사항은 없는지 알아보고 채취를 해야 한다.

 

 

들꽃,

이름모를 노란 야생화들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제 8월이 되면 여기에 다시 양애끈을 따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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